‘2030 자문단’ 절반의 성공…“아이디어 현실화, 관료 의지에 달려”
수십 번 회의,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제도 시행 1년 만에 전 부처로 확대
청년 의견 반영하려는 부처 의지 중요
역대 정부 최초로 청년 목소리를 국정에 직접 반영하기 위해 출범한 ‘2030 자문단’ 정책이 시행 1년 만에 전 부처로 확대한다. 정부는 일정 부분 기대 이상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는데, 더 많은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연결되려면 결국 ‘관료’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9개 부처에 ‘청년보좌역’과 ‘2030 자문단’ 제도를 도입했다.
2030 자문단은 대학생, 연구원, 기업 종사자는 물론 창업가 등 다양한 분야 청년들이 정책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는 지난해 9개 부처에서 시범운영 후 올해부터 24개 장관급 중앙행정기관 전체로 확대했다.
예상 못 한 아이디어, 청년이기에 가능
지난해 청년보좌역과 2030 자문단을 운영한 기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책 기획 단계부터 청년들이 함께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고 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무엇보다 정책기획 단계부터 일반 청년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언제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수시로 줌(zoom)이나 오픈 채팅방을 통해 편하게 의견을 묻고, 현장 방문 등을 한다는 점이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경우 장·차관이 참석하는 정례회의(4차례) 외에도 분과별 회의를 매달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정례·분과·수시회의 모두 포함하면 회의만 20차례가 넘는다.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경우도 상하반기 8~9건에 달한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허수진 기재부 청년정책과장은 “우리는 정책 반영률을 높이기 위해 주요 행사로 ‘정책제안 발표회’라는 공식 루트를 만들었다”며 “(2030 자문단에서) 분과별로 제안하면 각 부처로 보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30 자문단 의견을 반영한 대표 사례로 중소기업 소득세 감면 업종 확대를 꼽았다. 이번 세법 개정에 컴퓨터학원을 감면 업종에 추가한 것도 2030 자문단 역할이 컸다.
허 과장은 “자문단은 중소기업 소득세 감면 업종에 제한을 두지 말자고 했으나 그건 어렵고, 현재 감면 업종 외 추가로 제도 혜택을 적용할 수 있는 업종을 찾아 실제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2030 자문단에서 예식장 부족 문제를 공공기관을 통한 해법 찾기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여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예식장을 상당수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도 비슷하다. 김종호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실·국에서 필요할 때마다 자문단을 불러서 회의만 100번 이상 한 것으로 안다”며 “자문단 전체 회의도 있지만 특정 분야에 어떤 의견이 필요할 때는 필요한 단원만 부르기도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사실 정부가 정책을 짤 때 청년과 접점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그런데 (2030) 자문단이라고 하는, 항상 준비된 툴(tool)이 있으니 그때그때 수시로 접촉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고용부가 2030 자문단 의견을 받아 만든 대표 정책이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 근로감독 관련 내용이다. 고용부 2030 자문단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앞서 ‘일한 만큼 돈을 받는다’는 원칙이 현장에 바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이를 수용해 근로 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 시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 근로감독 결과도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산업안전 현장에서 청년 안전보건 관리자들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잘 알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용부는 청년들이 주로 협력업체에 많은 만큼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멘토-멘티 제도 등 안전관리 상생협력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
아이디어 차원 아닌 실제 정책 반영이 중요
1년간 제도를 운용한 부처 담당자들은 청년 아이디어를 어떤 방식으로 실제 정책에 담아내느냐가 제도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허수진 기재부 과장은 “청년들이 자기들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니 정책 효능감을 크게 느끼고 관심도 더욱 많아지는데, 새로 시작하는 부처들은 이런 제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 과장은 “청년 의견을 정책화하려면 실제 제안을 검토하는 공식 절차를 둘 필요가 있다. 이는 기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좋은 사례는 부처 간 공유로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호 고용노동부 과장 또한 “일반인들의 아이디어가 현실 정책과 딱 맞기는 힘들다. 이런 것들을 조정하는 건 결국 관료의 몫”이라며 “2030 자문단 활동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팀장은 “지난해 많은 의견을 정책에 담긴 했으나 (2030) 자문단 이름으로 뚝심 있게 끌고 간 과제는 부족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문단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우리도 자문단원에 원하는 건 정교한 정책설계가 아니고, 청년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저출산, 연금 등 세대 문제에 있어서 청년 의견을 듣고 체감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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