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국어 엘리트 엄마 닮은 '전국 1% 총명함'…미담제조기 아이코 공주[일본人사이드]
다시 주목받은 '왕위 계승' 문제
남성 계승 폐지론 나오기도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일왕 외동딸이 일본 적십자사에 취직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왕이 있는 독특한 나라죠. 사실 일왕 외동딸 소식이 우리나라에도 보도될 일인가, 하시겠지만 이 외동딸 아이코 공주에 대한 관심은 뜨겁습니다. 아이코로 일본의 왕위 승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불이 붙기도 했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한 주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아이코 공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아이코는 나루히토 일왕(日王)의 외동딸입니다. 2001년생인데요. 탄생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나루히토 부부가 1993년 결혼했지만 유산 등으로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내친왕(여자 왕족을 뜻하는 칭호)의 탄생을 맞이해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탄생을 맞이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들이 궁 앞 광장에서 모여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왕족이 없지만, 일본에서 왕족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믿음이 있죠. 언론에서도 아이코 관련 기사를 보도할 때는 뒤에 경칭의 '사마(?)'를 꼭 붙여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코가 외동딸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왕위는 남성만 계승할 수 있습니다. 나루히토가 아이코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없게 된 것인데요.
이러던 중 나루히토의 동생 후미히토가 2006년 늦둥이 아들을 보게 되면서 문제가 해결되고 맙니다. 후계자가 없으니 동생 후미히토에게, 그리고 늦둥이 아들 히사히토에게 물려주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아이코와 후미히토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은 완전히 다릅니다. 아이코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 1% 안에 드는 우수한 학업 성적을 보였죠. 공부하지 않아도 특례입학이 가능한 일본 왕실 사회에서 아이코의 총명함은 주목받았습니다.
심지어 2021년 성인식에 아이코가 쓰고 나온 티아라가 화제가 됩니다. 왕실 여성은 성인식 때 티아라를 맞춤 제작하는 것이 관례인데요. 티아라는 왕실 예산, 즉 세금으로 만듭니다. 심지어 결혼해서 왕실을 떠나면 이를 반납해야 하죠. 사촌 마코는 2856만엔(2억5800만원), 가코는 2793만엔(2억5000만원)짜리 티아라를 맞췄습니다. 그러나 아이코는 당시 코로나19로 일본이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 때문에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며 고모가 썼던 티아라를 빌려서 써 주목받았습니다.
또 아이코의 어머니 마사코 왕비는 '일본의 다이애나비'로 불릴 정도로 왕실의 압박에 시달렸던 사람입니다. 아이를 낳았지만, 딸로 후대를 잇지 못한다며 아들을 낳을 것을 계속 왕실에 강요받는데요.
마사코는 원래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던 엘리트인데, 완전히 폐쇄적인 일본 왕실에 갇히고 맙니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을 구사하는 엘리트인데도 아들을 낳으려면 건강 관리를 하라며 해외 순방도 못 따라가게 막았고, 이 때문에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칩거에 들어가죠.
2004년 왕실을 담당하는 관청 궁내청에서는 "마사코가 적응장애를 앓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등등 여러 가지 루머들이 보도되기도 합니다. 결국 나루히토 일왕이 "왕실에 마사코의 인격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고 밝히면서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이 일기도 하죠. 그러나 즉위 이후 소문이 무색하게 그가 당차게 여러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동정 여론에 이어 국민적 호감도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반면 후미히토 가족은 이미 마코 공주의 결혼으로 한번 일본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죠. 공주가 결혼하겠다는 고무로 게이의 직업이 변변찮다, 한부모 가정이다 등의 이유부터 시작해 그의 모친에 대한 사생활 논란도 이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두 사람이 국민 비호감으로 등극하면서 "왕실을 더럽히지 말라"며 결혼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일본에서는 이제 왕위를 여성에게도 계승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2016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 왕실 규정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죠. 2021년 교도통신이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일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2%였습니다. 실제로 아이코가 태어났을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이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보수파 반대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결혼으로도 논란을 만드는 보수적인 왕실에 대한 분위기 안에서 힘을 얻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아이코의 왕위 계승이 점차 멀어지면서, 아이코는 결국 내년 대학 졸업 후 4월에 일본 적십자사에서 촉탁 직원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마사코가 명예 총재를 맡고 있죠. 대학 수업 등을 통해 복지 활동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데요. 아이코는 관계자를 통해 "평소 관심 있는 일에 종사하게 돼 기쁘다"며 "미약하지만 조금이라도 사람들이나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금 "후미히토 일가보다 아이코가 왕이 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며 남성 왕위 계승 규칙을 철폐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아이코님을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하는 팬카페까지 있는 상황이죠. 보수적인 일본 왕실에도 변화의 바람이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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