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리퍼트 테러범은 중형…배현진 습격한 중학생 어떻게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치 테러에 대한 엄중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지 23일 만인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A(15)군에게 돌멩이로 10여 차례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해서다.
정치인을 향한 테러는 끝나지 않는 굴레처럼 반복되고 있다. 대중 접촉면이 넓어 테러 가능성에 많이 노출된 데다 피해를 보더라도 이미지를 중시하는 특성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서 “이 대표, 배 의원 피습 사건의 모방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걱정이 분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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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리퍼트 습격범 중형…살인미수 판단은 엇갈려
대표적인 테러가 2006년 5월 서울 신촌에서 유세 중이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지충호(당시 50세)씨가 커터칼로 습격한 사건이다. 이 일로 박 전 대통령은 얼굴에 11㎝ 길이 상처가 났고 60바늘을 꿰맸다. 다만 검찰과 달리 법원은 “문구용 커터칼은 살인 도구로 다소 미흡하다”며 살인 미수 혐의를 배제했다. 지씨는 2007년 대법원에서 상해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6년 만기 출소했다.
2015년 5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당시 56세)씨는 지씨와 달리 살인 미수가 인정됐다. 사건 당시 김씨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며 리퍼트 대사를 24㎝ 과도로 수차례 찔러 목에 11㎝ 길이 상처를 입힌 것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김씨는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이외 정치인을 향한 신발 투척(2020년 문재인 대통령), 주먹 폭행(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계란 투척(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등 다양한 테러가 있었으나, 대부분 무죄 선고 또는 무혐의 처분되거나 피해 정치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감형되곤 했다. 2022년 3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망치로 가격한 표모(당시 70세)씨는 구속기소 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배현진 “처벌 원한다”…학계 “정치 테러 양형 가중해야”
이번 배 의원 피습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중학생이어서 법조계에선 “범죄 중대성이 큰 만큼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과 “보호처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형사법 전문가인 최주필 변호사는 “폐쇄된 공간에서 위험한 물건인 돌로 여러 번 상해한 사안이라 정식 형사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A군이 미성년자인 점, 정신질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보호처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 의원은 26일 경찰 조사에서 “선처는 없다.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배 의원은 경찰에 피습 당시 혈흔이 묻은 옷가지도 증거품으로 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 의원에게 상당한 출혈이 있었다”며 “정치인을 향한 테러에 선의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차제에 정치 테러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형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 목적을 띈 테러의 경우 영웅 심리와 모방범죄 가능성이 다양하게 얽혀있는 한편, 정치인의 활동을 위축시켜 민주주의를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치 테러를 별도의 가중 인자로 설정할 수 있을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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