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과하면 당한다"…용산 내부서도 '박근혜 트라우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를 반대하는 여권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과를 재소환하고 있다. 일부 친윤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사과가 결국 탄핵을 촉발한 것”이란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친윤계인 이용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과해서 범죄가 기정사실화되고 탄핵까지 당한 것”이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더불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등 당내 김 여사 사과 목소리가 커지자 반박한 것이다. 다음날인 22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왜 길거리에 나와서 교통사고를 당했냐고 책임을 묻는 것과 똑같은 케이스”라며 “사과라는 것은 불법이라든가 과오가 있을 때 사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에도 이같은 친윤계 주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섣부른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야당 공세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대담을 반대하는 참모들도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사건의 본질은 몰카 공작이며, 김 여사가 피해자라는 것”이라며 “사과를 하면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했으니 처벌을 받으라’는 요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참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했던 것도 박 전 대통령이 무너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최서연(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JTBC의 첫 보도가 나간 다음날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수석 등 주요 참모도 몰랐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과”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사과는 언론의 보도 경쟁을 촉발시켰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가 국정개입 의혹을 일부 인정한 꼴이 됐고, 각 언론사의 추종 보도가 쏟아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최씨의 국정농단 개입 의혹은 더 크게 확산됐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탄핵까지 당한 박 전 대통령은 더중앙플러스 회고록에서 “(사과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였다”며 “각종 의혹에 대해 100%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민심은 순식간에 기울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김 여사 사건과 박 전 대통령 문제는 사안의 본질이 다르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정 운영을 하며 가족 문제로 수차례 사과를 했다”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지난 2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사과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친윤계)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제대로 해명을 하지 않아 거짓 논란으로 번졌고, 그것이 위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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