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굴욕 "M7서 빠져라"…또 머스크 입 때문에 주가 폭락

남윤서 2024. 1.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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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테슬라는 차량 가격 인하와 중국산 전기차 강세 등의 위기를 맞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장 예상을 밑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하루 만에 12% 넘게 하락한 테슬라에 관해 우울한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이른바 'M7(Magnificent 7·훌륭한 7개 주식)'으로 불리는 뉴욕 증시의 대표적 기술주 목록에서 테슬라가 빠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조차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을 불안 요소로 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는 25일 주가가 12.13% 하락해 182.6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테슬라 주가가 연초에 비해 26.48% 떨어지는 동안 'M7'의 다른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는 21.83%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도 8.4% 올랐다. 테슬라는 26일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 유입에도 주가가 0.34% 회복된 183.25달러에서 마감됐다.


테슬라, M7에서 빠질 것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최근 칼럼을 통해 “2023년처럼 M7의 특별한 한 해는 되풀이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2024년엔 새로운 M7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최상위에 올라 있는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중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제외할 대상으로 꼽은 기업은 테슬라였다. 배런스는 “테슬라를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쉬웠다. 2022년에 65% 하락했다가 2023년에 두배로 상승하는 등 격동의 2년을 보냈지만, 최근 상승은 테슬라의 펀더멘털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프로토타입.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M7의 다음은 어딜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7개 기업을 ‘인공지능(AI)의 혜택을 많이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와 애플을 ‘그렇지 않은 그룹’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테슬라는 다른 M7 회사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이 회사는 전기차를 만들고 있고,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미 테슬라는 주가 폭락으로 하루 사이 시가총액 약 800억 달러가 증발하면서 시총 순으로는 M7에서 밀려났다. 테슬라는 24일까지 S&P500 시총 7위였지만 25일 장 마감 이후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일라이 릴리에 밀려 9위로 떨어졌다.


“중국 자동차가 최강” 머스크의 입이 주가 영향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4분기 실적을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2024년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는 4분기 실적 발표 문서에서 “2024년에 차량 생산 증가율은 2023년에 달성한 성장률보다 ‘현격하게 낮을 수(notably lower)’ 있다”고만 밝혔다. 2021년 이후 연간 50% 성장 전망을 유지한 것과 달리 이번엔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나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이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과 파트너십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 자동차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무역 장벽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을 거의 무너뜨릴 것”이라며 “(중국 차와) 기꺼이 협력하고 싶지만,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미국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목표 주가를 350달러에서 31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머스크의 발표 내용에 대해 “가격 인하와 이익 구조 같은 문제에 대해 머스크가 어른스럽게 나와 재무적, 전략적 개요를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컨퍼런스콜은 또 다른 열차 사고(train wreck)였다”고 비판했다.


모호한 2024 전망…시장 기대 낮췄다


지난 2022년 테슬라 AI의 날에서 일론 머스크 CEO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에 대해 “비즈니스라기보다는 과학 프로젝트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AI를 통한 자동 운전 소프트웨어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AI 훈련용 슈퍼컴퓨터인 '도조(Dojo)'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상용화 가능성이나 구체적 사용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주력인 자동차 라인업은 사이버트럭을 포함해도 5개뿐이다. WSJ는 “일반적으로 신차는 판매량이 급증하다 점차 감소하고, 제조업체는 신제품이나 제품 업데이트로 위험을 관리한다. 5대로만 구성된 테슬라의 단순성은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슬라 실적 발표가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황현정 연구원은 “차세대 차량 Model 2가 2025년 중순에 양산이 예상되나 혁신적 기술이 필요해 생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전기차 실적 부진과 부정적인 가이던스,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가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화투자증권 임해인 연구원은 “테슬라의 현 주가는 시장 우려가 충분히 반영된 수준으로 본다. 다만 2024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력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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