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독일 그녀 "나도 비혼모"…덴마크 정자은행 택한 이유
2007년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던 독일인 미르야 말레츠키(47)의 깜짝 근황이 전해졌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5·후지타 사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출연해 “나도 비혼모”라고 밝힌 것이다. 비혼모란 결혼하지 않고 정자은행 등에서 정자를 기증받은 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을 말한다. 사유리는 비혼 출산 사실을 2020년 공개했다. 독일에 있는 미르야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럽은 아빠 없이 자유롭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기증자 손편지까지 봐…정보 알고 선택”
미르야는 자국이 아닌 덴마크의 정자은행을 택했다. 이곳이 기증자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덴마크 정자은행은 기증자의 아기 사진, 취미, 가족과 친척 건강상태, 알레르기 여부 등을 공개한다”며 “기증자가 정자를 왜 기증했는지를 적은 손 편지도 볼 수 있다. 기증자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덴마크로 갔다”고 설명했다.
미르야는 5년에 걸친 도전 끝에 2022년 8월 율리안 말레츠키를 품에 안았다. 율리안을 낳는 데 병원비·약값·여행경비 등 약 5000만 원을 썼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미르야는 “주변 반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가족·친구·이웃 모두 축하해줬다”라며 “거의 매일 다양한 엄마 모임에 나가는데, (나를)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독일, 비혼 출산 차별 전혀 없어”
유럽 국가는 한국과 달리 비혼 문화가 보편적인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 출산율은 41.9%다. 한국은 2.5%(2020년 기준)이다.
합계출산율이 높은 프랑스(1.8명)나 노르웨이(1.5명) 등은 혼외 출산율이 각각 62.2%, 58.5%에 이른다. 유럽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합계출산율 1.6명을 넘는 국가 중 비혼 출산율이 30% 미만인 나라는 없다”(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는 분석도 있다.
국내서 비혼 여성의 출산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윤리 지침상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의 대상을 법률혼·사실혼 부부로 한정하고 있어 ‘자발적 비혼모’가 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미르야는 “저출산 때문에 걱정이 많은 한국 같은 나라는 비혼모에 대한 길을 열어주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가 허용하더라도) 갑자기 수천만 명씩 비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르야는 “비혼 출산만큼은 아이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 대충 해서는 안 된다.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청년은 39.6%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9.8%포인트 올랐다. 미르야가 비혼 출산 사실을 공개한 사유리 유튜브 동영상에도 “비혼모로서 아이를 위해 준비한 모습이 멋지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줘야 한다” “한국도 (비혼 출산이) 가능하면 좋겠다” 등과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미르야는 “가족 명수가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성별이 남자든 여자든 형태가 상관없는 게 가족”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만 행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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