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도 이곳서 고비 넘겼다…배현진 이송된 순천향대병원

황수연 2024. 1. 27.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입원 치료받고 있는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주요 사건 사고가 날 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가장 가깝게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다. 환자 다수가 참사 현장에서 직선거리 약 1㎞로 가장 근거리의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체 사상자의 30% 가까이 이곳에 쏠렸다.

병원 관계자는 “사통팔달 교통 요지에 있어 사건 사고의 중심에 있게 되는 것 같다”라며 “1990년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때도 일부 환자가 이송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순천향대병원은 4대문안에 있는 건 아니지만 도심에 인접해 있는 몇 안 되는 병원이다. 강남과 강북의 경계선에 있다. 강남에서도 다리만 건너면 된다.

26일 오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치료중인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병원 본관 앞에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이번에도 배 의원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피습됐는데, 119 구급대가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고 그게 순천향대병원이었다고 한다. 약 4㎞ 거리였고, 약 20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고, 신속하게 필요한 처치를 받았다.

2007년 12월 비운의 복서인 최요삼 선수가 경기 후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처음 옮겨졌던 곳도 순천향병원이었다. 당시 유족 측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최 선수가 숨졌다며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동은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1심에서는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사고 당시 파견된 병원 전공의가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이 1500만원을 지급하도록 뒤집었다.

2009년 용산 재개발 구역 철거 당시 숨진 희생자 5명이 안치된 곳도 순천향병원이었다. 전국철거민연합이 장기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국회에서 폭행당한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까지 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경호가 삼엄했다.

2013년 GOD 멤버 손호영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순천향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당시 긴급 브리핑에 나선 홍보팀 관계자가 “의료진 외에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고 하며 브리핑을 마쳤는데, 홍보팀 직원이 아니라며 일부 취재진이 항의하면서 병원과 취재진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 박석규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가운데) 등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치료 상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초기 응급처치 때 활약한 것도 순천향병원이다. 서울 한남동 자택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이 회장은 이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다. 이후 서울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큰 고비를 넘겼는데 이 회장을 살린 게 순천향병원의 빠른 대처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이 회장 별세 직후인 2020년 10월 26일 블로그에 “항간에 저와 제 동료가 이건희 회장께서 심근경색을 앓으셨을 때 에크모를 시행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순천향병원에서 에크모 시술을 한 뒤 우리 병원으로 이송됐다”라며 “저와 저희 팀이 출동하려고 했지만, 순천향병원 선생님들이 신속하게 처치하고 병원 응급실까지 안전하게 이송해주었다”라고 적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병원 본관 모습. 연합뉴스

병원 관계자는 “흉부외과 교수님이 잘 처치해서 삼성병원으로 가는 것 아니냐, 병원이 확장되는 것 아니냐 얘기도 나왔었다”고 회고했다.

순천향병원이 고비마다 역할을 하지만 도심 공동화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병원을 넓히려 해도 고도제한 등의 규제에 걸려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4대문안에서 제일병원·서울백병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