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10대에 사형 선고할 때…韓은 '절대적 종신형' 논의한다
일본 야마나시현 고후시 지방법원은 지난 18일,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고인 엔도 유키(당시 19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2022년 일본 법원이 18‧19세 청소년을 ‘특정 소년’으로 규정하고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소년법을 개정한 후 내린 첫 사형 선고였다.
엔도는 2021년 짝사랑하던 여성 A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A의 집에 침입해 자고 있던 부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 재판부는 엔도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하고 범행을 계획한 점, 유족에 대한 사과가 없었던 점 등을 지적하며 사형을 선고했다. 엔도의 변호인이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대 미성년자에게 사형이 선고된 일본과 달리,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59명의 사형수가 남아있지만, 이들은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다.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사형 선고 확정 사례는 2014년 6월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범인인 임모 병장이다. 임 병장은 201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 수감돼있다.
국내에선 1심에서 사형 선고를 하더라도 2심과 대법원을 거쳐 대부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 안인득, ‘인천 강도연쇄살인’ 권재찬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등산로 살인사건의 범인인 최윤종도 지난 22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지만 절대적 종신형이 규정돼 있지 않은 이상 사형 선고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상준 변호사는 “사형 선고가 줄어든 배경에는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사형의 경우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예외적인 형벌이라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선고 여부에 관계없이 강력범죄에 사형을 구형하며 강력대응 중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조선‧최원종‧최윤종 등에 잇따라 사형을 구형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도입 논의는 이래서 나왔다. 실질적으로 사형 선고가 어려워진 현실에서 무기형을 선고받은 대상자 중 더욱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들에 한해 ‘가석방 불가’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20년의 형벌 기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 현행 규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7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 신설’ 목소리가 공론화된 영향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절대적 종신형 신설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새 제도를) 사형제를 대체하는 쪽으로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는 게 조 대법원장의 설명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과 불가한 종신형으로 나눠 죄질에 따른 단계적 처분이 가능해진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정부 발의 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재범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위험 범죄자들은 사회에 나와 또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며 “사형 선고를 기피하는 법원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부여해 중한 범죄자를 더 중하게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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