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자, 재판 개입 권한 없어” 직권남용 인정 안 해

양한주 2024. 1.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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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6일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최고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에게도 재판에 개입할 직무 권한은 없으므로 이를 남용할 수도 없다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 혐의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도 "사법행정권은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에게 재판사무에 관한 직무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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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재판장 의견 제시 불과”
강제징용 재판 등 개입 무죄 판단
재판 거래·블랙리스트 “증거 불충분”
이른바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돼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사법행정권 남용 등 공소사실에 대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약 5년 만이다. 사진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9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국민일보DB


법원이 26일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최고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에게도 재판에 개입할 직무 권한은 없으므로 이를 남용할 수도 없다는 취지다. 또 일부 실무자의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승인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 혐의는 재판 개입,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한 위법한 정보 수집, 법관 블랙리스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핵심은 그가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의 역점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정부 협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개별 재판에 개입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이다.

재판 개입 의혹의 쟁점은 사법행정권을 ‘직권’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피고인들은 사법행정권과 재판업무는 별개여서 대법원장이라고 해도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명이 무죄를 확정받거나 2명이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주요 근거였다.

양 전 대법원장 혐의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도 “사법행정권은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에게 재판사무에 관한 직무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상고심 재판,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 등에 위법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한 의견은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번복해 청구기각으로 처리하도록 방향을 설정해 재판에 개입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파견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했다는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실무자였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헌재 파견법관에게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 전 위원은 이 혐의로 별도 재판에서 2심까지 유죄가 인정돼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재판부는 의혹 자체는 인정했으나 이에 관한 양 대법원장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대법원 심의관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는 직권남용이 맞다고 봤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연세대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일을 제지한 점, 인사모 와해를 위해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실행해 일부 법관들이 연구회를 탈퇴하게 한 행위 등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실무자의 위법행위는 인정되나 이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가담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에게 인사모 와해 방안을 지시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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