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팔색조 배우 될 때까지 스스로 한계까지 더 밀어붙일 생각

정진영 2024. 1. 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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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파트1 윤채옥 역 배우 한소희
독립군 비하? “살아보지 않고 함부로 말 못해”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이요. 치욕스럽고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우리가 살아남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가 당한 일을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

한소희는 극 중 장태상(박서준)의 이 대사를 ‘경성크리처’를 관통하는 대사이자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독립군이 수많은 역경을 겪으며 우리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고 우리가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는 공개 이후 독립군 비하 논란에 휩싸였었다. 친일파 아버지를 둔 권준택(위하준)을 비롯해 독립군들이 동료를 배신하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한 탓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소희의 대답이다.

한소희는 평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해왔다. 그는 ‘경성크리처’ 파트1이 공개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중근 의사의 모습과 ‘경성크리처’ 촬영장 사진을 올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소희는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다른 쪽으로 의견이 흘러가는 것 같아서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올렸었다”며 “채옥이와 태상이의 로맨스가 있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나월댁, 갑평아재, 권준택, 윤중원 같은 다양한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진 이 사람들에도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소희는 2년여간 ‘경성크리처’를 촬영하며 작품에 몰입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보며 상상하던 광복을 앞둔 경성시대가 공간으로 형상화되고 나니 몰입되는 느낌이 달라졌다. 한소희는 “옹성병원에 있던 조선인들을 밖으로 빼내오는 장면이었는데, 트럭 안에서 꽹과리 치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며 “같이 트럭에 있던 보조출연자분들의 얼굴도 벅차오르는 표정이더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런 게 배우에게 주어진 특권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2년여간 ‘경성크리처’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한소희는 “옹성병원에 있던 조선인들을 밖으로 빼내오는 장면이었는데, 같이 트럭에 있던 보조출연자 분들도 벅차오르는 표정이더라. 배우에게 주어진 특권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경성크리처’는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괴물이 등장하는 탓에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많았다. 10년째 실종된 엄마를 찾아다니는 윤채옥을 연기한 한소희는 괴물이 된 엄마 세이싱과 마주칠 일이 많은 인물 중 하나다. 그래서 ‘경성크리처’를 촬영하며 초록색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한 촬영을 처음 경험했다.

눈앞에 괴물이 있다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도, 쫄쫄이 옷을 입은 액션팀 배우들이 시선을 맞출 수 있게 도와줄 때 웃음을 참아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한소희는 “원래 대사는 ‘어머니 맞아? 진짜 우리 어머니 맞아?’였지만, 많이 다친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누가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사를 추가했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상상에만 맡길 수 있으니 더 편한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미술을 공부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모델 일을 하다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주목받은 뒤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로맨스, 액션, 시대극 등 다양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저는 늘 현장에 가면 제가 제일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으로 절벽으로 밀어붙이면서 그걸 부스터로 삼는다”며 “(미술도)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은 연기란 영역에 뛰어들었으니까 여기서 끝을 보고 싶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더 연구하고 탐구하고, 더 노력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나를 표현하는 거란 점에서 연기가 미술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제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아직은 너무 재밌어요. 또 다른 제 자신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최대한 많은 색깔의 물감을 가지고서 이것저것 섞어서 다채로운 색을 보여드릴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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