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인생, 뭐 있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 또는 글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이나 글로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면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이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말과 글이 사람의 됨됨이와 실체를 보여준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대중이 표현하는 말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회의 진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 한국인의 언어생활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욕설과 줄임말이 어느덧 일상어가 됐고 정치권의 언어는 혐오와 분노가 넘친다.
대중이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비속어나 거친 말이 아니더라도 세태를 반영하는 전형적인 표현들이 있다. 그 말들은 일정 부분 관용어가 되기도 했다. 적어도 3가지 말이 눈에 띈다. 모두 들어봤거나 해봤을 말이다. 첫째 ‘인생 뭐 있어?’, 둘째 ‘먹고살아야 해서’, 셋째 ‘좋은 게 좋은 거지’. 허무함과 팍팍한 현실, 그리고 원칙 없는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3가지 말은 인생을 살아본 이들의 경험과 철학을 농축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용례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마음의 생각이 말로 나오고 그 말은 씨앗이 되어 행동으로 옮겨진다. 부정의 말은 부정 인생을, 긍정의 말은 긍정 인생을 살게 한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지혜로운 언어 사용에 대한 교훈은 전 세계 현자들의 인생론에 공통으로 등장한다. 성경은 ‘혀’의 사용에 신중하라고 권한다.
‘인생 뭐 있어?’는 등산 가면 많이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힘써 산에 올라 자연과 벗 삼고 인생을 반추한다. 그러곤 말한다. 인생, 뭐 있냐고. 트로트 가요 노랫말에도 등장한다. ‘인생 뭐 있나 즐겁게 사는 거야… 골치 아픈 사연 전쟁 같은 인생 모두 다 던져 버려….’
이 말 속엔 우리 인생이 고통스럽고 유한하니 현재를 즐기자는 세계관이 담겨 있다. ‘카르페 디엠’(현재에 충실하라)이다. 현명한 인생관일 수 있다. 하지만 힘들게 산에 올라 자기 인생을 돌아봤는데 그 결론이 인생 뭐 있냐며 결론 짓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닐까. 과연 우리네 인생이 죽으면 끝이란 말인가. 그러니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자기 의지대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삶은 주어졌다. 어떤 존재에 의해 우리 자신이 세상에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물은 목적을 가진다. 해 아래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기독교에서는 신인 하나님이 사람을 지었다고 말한다. 죽으면 소멸하는 육체만 지은 게 아니다. 영혼도 포함한다.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breath of life)를 불어넣었더니 생령(a living being)이 됐다(창 2:7)고 한다. 영혼과 육체를 가진 살아 있는 존재가 됐다. 우리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존재라면 우리는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다. 몸은 소멸해도 영혼은 계속된다는 말이다.
현대 과학은 물질의 최소 입자인 원자는 없어지지 않고 영원불멸한다고 한다. 우리 몸의 원자도 영원불멸하는데 인생, 뭐 있냐고 체념할 수는 없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이 놀라운 생명의 존재를 허무 속에 방치해선 안 된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니 먹고는 살아야 하고, 그래서 양심이나 도덕은 쉽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니 적당히 타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기독교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라고 선언한다. 이렇게 창조된 존재는 단지 먹기 위해 살지 않는다. 생령을 가진 존재는 대충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영원한 가치와 고결한 인생을 추구한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한다.
새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분이 많겠다. 그 계획에 좋은 언어생활을 하겠다는 결심도 있을 것이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적어도 세 가지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갓(God)생(生)을 응원한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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