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내가 더 이상 교회 쇼핑을 하지 않는 이유
지금까지 살면서 교회를 열두 군데 정도 다녔다. 부모님은 교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이었는데, 대학에 갈 무렵 내게는 고약한 습관이 하나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교회에 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떠나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교회를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연극 무대처럼 대한다. 찾아간 교회가 내가 원하는 경험을 주지 않으면 바로 관람권을 전액 환불하고 다른 극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주님의 은혜로 내가 배우게 된 건 지역 교회가 주는 아름다움은 주일 아침의 이상적인 경험이 가져다주는 개인적 선호도를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회는 단지 주일 하루의 경험이 아니라 일주일 전부와 관련이 있다.
교회를 무조건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상한 의식이나 치르는 곳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 가는 신자들은 이상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눈에는 교회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그와 같은 세상의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순간 우리는 필연적으로 묻게 된다. ‘내가 굳이 주일 아침에 교회에 가야 하나.’ 스무 살쯤 이런 생각이 내 속에 자리 잡았고 그랬기에 아무리 많은 교회를 다녀도 나에게 딱 맞는 교회를 찾을 수 없었다.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 친구가 다니던 작은 교회에 함께 참석하게 됐다. 예배 시작 전 담임목사는 한 시간 동안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예배가 끝나고 그는 우리를 사택으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주일마다 교인들은 목사의 가족과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주일은 이제 내게 한 시간 동안의 예배가 아니라 종일 진행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나는 소그룹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주중에는 다른 가족의 집을 방문하는 식으로 점점 더 교회 생활에 빠져들어 갔다.
지역 교회가 제공하는 격려와 확신 그리고 많은 은혜로 인해 내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비로소 주님께서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몸을 주신 이유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나를 그 교회 공동체로 이끌었던 특성은 다른 게 아니라 그들이 날마다 실천하고자 하는, 말씀을 진지하게 삶에 적용해 살아내려는 사고방식이었다. 교회는 단지 예배 세트나 설교가 아니다. 교회는 삶의 방식, 그 자체이다.
오랫동안 나는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교회에 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내가 괴로워하는 죄, 내가 발버둥 치는 고통의 계절을 아는 사람은 교회에 아무도 없었다. 내 삶에서 절실하게 부족한 지혜를 알려주고 나를 인도해 줄 사람도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성경을 읽으며 혼자 해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지역 교회에 온전히 헌신한 이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20대를 지나는 지금 내 짐과 기쁨 그리고 슬픔까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다.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신 이유는 우리가 단지 주일마다 온전한 경험을 하도록 함이 아니다. 이 힘들고 죄로 가득 찬 세상에서 결코 혼자 걷지 않게 하시려고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셨다. 신자로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향해서, 우리가 짓는 죄는 결코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오로지 예수님만이 진정한 만족을 주신다는 하나님의 구속하시는 은혜의 증거가 돼야 한다. 당신이 지금 어떤 죄와 싸우고 있는지 알 만큼 친한 사람이 없다면 그 결과는 처참하다. 그건 아무도 당신을 권면하거나 책망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부드러운 손길로 당신의 발걸음을 돌려 그리스도께로 돌이킬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이제 진리와 은혜 속에서 그리스도를 알아가며, 성화를 향해 자라기를 바라는 신실한 신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주님을 닮아가고 있기에 안심할 수 있다. 주님의 무한한 지혜와 은혜로 그곳을 내 교회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너무도 감사한다.
테스 에이브러햄
◇테스 에이브러햄은 회계사이며 캘리포니아주 노스리지 크라이스트바이블교회 성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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