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기독교까지 휘말린 부처빵 논란 유감

신은정 2024. 1.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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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안티 크리스천이 수두룩한데 자기가 먼저 기독교인이라고 내세울 리 없지요.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회 생활하는 게 더 편합니다." 최근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부처빵 논란에 누군가 기독교를 항변하면서 단 댓글이다.

그나마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불리한 시대에 기독교인이라고 먼저 밝힐 리 없다'는 취지의 댓글이 기독교 편에 선 듯 보였지만 씁쓸한 뒷맛은 감추기 힘들었다.

평소 기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 부처빵 논란에 대한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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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경북 경주의 한 과자점에서 불상을 본떠 만들어 지역 특산품으로 판매한 부처빵 모습. SNS 캡처


“세상에 안티 크리스천이 수두룩한데 자기가 먼저 기독교인이라고 내세울 리 없지요.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회 생활하는 게 더 편합니다.” 최근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부처빵 논란에 누군가 기독교를 항변하면서 단 댓글이다. 기독교 지면에 웬 부처빵 이야기인지 의아하실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기독교인이 또 억울하게 빌런(악당)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의 한 과자점이 불상을 본떠 ‘부처빵’이라는 이름을 달아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부처빵을 담는 종이 가방 구석에 ‘ACTS 19:26’이라고 적힌 것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해당 구절은 사도행전 19장 26절로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이다.

과자점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은 기독교인이 아닌 무교라고 해명했다. 그는 “부처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니란 뜻으로 구절을 넣은 것이지 숨은 비밀은 없다”며 “불교는 불교라서 못 먹겠다 하고 기독교는 기독교라서 못 먹겠다고 해서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란 성경 구절이 있길래 포인트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종교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해 죄송하다”고 했다. 대표는 해당 구절을 종이 가방에서 빼겠다고도 했다.

불상을 본떠 음식을 만드는 게 옳으냐 아니냐 문제는 ‘훼불’ 이슈이다. 불교계에서 그쳐야 할 사안에 난데없이 기독교가 휘말린 셈이다. 경주시기독교총연합회장인 이원목 경주감리교회 목사는 “판매자가 종교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그런 빵을 만들고, 성경 구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불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입장에서도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상을 본떠 빵을 만든 것이 문제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며, 이를 종교 쟁점화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수많은 온라인 기사엔 “기독교는 원래 저렇다”는 식의 덮어놓고 비판하는 댓글이 더 많았다. 그나마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불리한 시대에 기독교인이라고 먼저 밝힐 리 없다’는 취지의 댓글이 기독교 편에 선 듯 보였지만 씁쓸한 뒷맛은 감추기 힘들었다.

기독교가 비호감이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종교 호감도에서 개신교는 31.4점으로 불교 47.1점, 천주교 45.2점에 비해 낮았다. 호감과 비호감을 가르는 기준을 50점으로 놓고 보자면 50점 미만인 비호감 비율은 62%로 51점 이상인 호감(20%)의 3배가 넘었다.

취재하다 보면 목사와 전도사 등 교역자를 자주 만난다. 선교단체 관계자도 많다. 그들은 대부분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주변 이웃을 돌보고 헌신한다. 언론 일만 하는 기자로서는 송구한 마음이 일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선한 일들은 단 한 번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무너질 수 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부정적인 교계 사건이나 일상에서 만나는 공격적인 전도 방식 등이 비호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 기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이 부처빵 논란에 대한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오해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는 충분히 통용되는 이야기라도 밖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기독교인은 교회 안과 밖에서 다른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이중언어 사용자)이 돼야 한다”는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의 조언에 귀가 번쩍 뜨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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