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큰손' 샘 올트먼, 삼성 경계현 SK 최태원 만나 협력 논의

박해리 2024. 1. 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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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했다. AP=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했다.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AI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6일 전자(IT)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국에 도착한 올트먼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 봤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모두 갖춘 곳이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후에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미팅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AI는 SK그룹의 주요 사업과 관련이 깊은 만큼 최 회장이 직접 올트먼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에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선두주자다.

이어 올트먼은 저녁에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해 삼성전자 경영진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공장 방문에 이어 하루에 2번 삼성전자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이다. 올트먼은 당초 한국에서 6시간가량 짧게 체류하는 일정으로 계획했지만,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 등의 일정이 추가되며 체류 기간도 1박 2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최근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생산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자본들과 함께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올트먼은 한국을 찾기 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인 ARM을 보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접촉했다. 이번 방한 역시 그의 반도체 협력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한 축인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기업이 오픈AI의 ‘큰 손’ 고객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일본 출장을 마친 뒤 25일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트먼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생산에만 초점을 맞춘 TSMC와 달리 설계부터 제조까지 한번에 협력이 가능한 삼성전자와 HBM의 선두주자 SK하이닉스와 만난 만큼 국내에선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올트먼이 좀 더 빠른 방식을 선택한다면 제조뿐 아니라 다양한 협력이 가능한 한국과 손잡을 가능성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 깊어지는 올트먼


반도체 자립을 향한 올트먼의 구상에 미국 의회와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올트먼이 미국 의회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 방안과 부지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아예 새로운 공장을 짓는 방안도 선택지에 두고 기존 제조사들과의 협력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대형 기술 기업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MS, 아마존, 구글 등 일부 기업이 반독점 규제를 우회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MS는 현재까지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약 17조360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라 관련 투자를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올트먼이 해임됐다 복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관계에 주목한 당국이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FTC의 돋보기는 현재 오픈AI의 투자자인 MS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거대 자금을 끌어 들여 새로운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하겠다는 올트먼의 구상에 제약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칩스 포 아메리카’를 외치고 있는 와중에 올트먼은 중동 자금까지 끌어다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미 정부가 기술안보와 독점규제 등의 잣대를 들이대며 올트먼의 생산 네트워크를 제약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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