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 “日 ‘귀멸의 칼날’보다 유명한 작품 만들 것” [HE STORY]
지난해 8월 조회 수 100억뷰를 돌파하며 네이버 웹툰 누적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웹툰 ‘외모지상주의’ 주인공 박형석의 대사다.
2014년부터 연재된 이 작품은 고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못생긴 박형석이 어느 날 갑자기 잘생긴 외모를 지닌 새로운 몸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넷플릭스 글로벌 8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성공’한 이 작품을 탄생시킨 이는 ‘박태준 만화회사’로 유명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의 박태준 대표(40). 대표작 ‘외모지상주의’와 세계관이 맞닿아 있는 ‘싸움독학’ ‘인생존망’ ‘김부장’ 등 그의 다른 작품도 네이버 웹툰 연재 요일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접 그린 모든 만화에 자기 삶을 투영시키며 쉼 없이 달려왔다는 그의 말에서 만화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대단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제가 경험한 삶과 일상을 작품에 녹여내려고 지금도 노력합니다. 학창 시절 한때 괴롭힘을 당하고는 했는데, 외모를 꾸미니 주변 사람들 태도가 달라졌던 기억을 작품에 녹였죠. 외모지상주의를 연재한 지난 10년간 단 한 번의 휴재 없이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코로나에 3번 걸렸었는데 이때도 이 악물고 모두 마감했죠.”
10년간 치열하게 쏟아부은 노력은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2017년 다른 작가들과 협업해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만화 회사 ‘더그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그가 프로듀싱을 맡은 작품이 10편이 넘는다. 유튜브 구독자 200만명에 달하는 ‘빵빵이의 일상’의 이주용 작가도 이 회사 소속이다. 2022년 매출액 150억원, 지난해는 웹툰 사업 매출 상승과 애니메이션 등 사업 채널 다각화를 통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130여명 직원의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웹툰 산업이 커지면서 액션 등 콘티를 짜는 것, 인물, 채색 등 많은 과정이 분업화되고 세분됐어요. 영화 산업이 감독을 중심으로 여러 직역이 세분돼 있듯 웹툰 산업도 핵심 작가가 CP(Chief Producer)라는 역할을 맡아 작품을 총괄 책임지는 시스템이 됐죠. 유능한 CP도 많아졌어요. 제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인생존망’ 후속작도 네이버 웹툰 히트작 ‘프리드로우’로 업계와 대중에 높은 평가를 받는 전선욱 작가가 맡게 됐습니다.”
지금은 성공한 대표가 됐지만 걸어온 길이 썩 평탄치 않았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지만 상명대 만화학과를 다니다 학비 부담으로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돈부터 번 다음 만화가가 되자’는 생각으로 온라인 쇼핑몰 대표와 방송인으로 활동해 인지도를 쌓았고 결국 30살이 돼서야 만화가로 데뷔했다. 만화가로 데뷔할 때 “박태준 이름 덕을 봤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도 만화에 대한 진심이 녹아져 있다.
“이름 덕을 하나도 안 봤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결국 만화는 내용이 재밌어야 ‘롱런’합니다. 재미있게 만화를 읽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연재하다 보니 실력에 대해 의심하던 불편한 시선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또 학원물만 다룬다는 인식이 강한데, 올해는 판타지 만화를 연재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가 연이어 히트작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박 대표는 작품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는 것 외에도 유튜브나 SNS 등 일상에서 접하는 재미있는 소재들을 작품에 녹여 ‘트렌디’함을 살리는 것이 ‘노하우’라고 말한다.
“유튜브, 영화, SNS, 뉴스 등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만화에 녹일 재미있는 소재를 찾고는 해요. 따분한 콘텐츠도 만화적으로는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기도 해 관심이 없는 분야도 가리지 않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웹툰 산업이 스마트폰 성장과 맞물려 성장한 만큼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IP 2차 사업화도 성공 가도…목표는 ‘글로벌 진출’
자신이 차린 만화 회사를 어느덧 네이버 웹툰 1위 CP사로 만든 것은 물론,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박 대표다. 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네이버 웹툰, 신용보증기금, 이노폴리스 등으로부터 14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IP의 2차 사업화에서도 승승장구다. 지난해 ‘빵빵이의 일상’ 팀은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MZ세대 ‘성지’인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으며 각각 약 2만명, 4만명 고객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빵빵이의 일상 팀은 최근 소니크리에이티브프로덕츠와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캐릭터의 왕국인 일본에서의 비즈니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웹툰 매출은 더 늘었지만 그 매출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사업과 같은 신사업이 전체 매출의 20~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죠. 앞으로도 해당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웹툰뿐 아니라 캐릭터 사업 성장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당분간은 ‘추가적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여러 기관 투자자로부터 투자 의향이나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선 이미 받은 투자에 대한 성과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투자 문의가 많이 옵니다. 다만 지금은 2022년 여러 가지 도약을 위해 유치받은 140억원 투자에 대한 증명을 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그림엔터테인먼트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투자자에게 더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죠. 이후 좋은 성적으로 또 다른 평가가 나왔을 때, 그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걸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다시 투자 유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만화로 세상과 ‘통’한 그의 향후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현재 준비하는 차기작을 해외 시장에서도 유명한 만화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세계 만화 시장에서 한국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습니다. 만화 강국인 일본의 인기 만화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보다 더 좋은 콘텐츠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4호 (2024.01.24~2024.0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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