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균열’ 못 파고든 민주당…일주일간 잃은 세 가지
지난 일주일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과 곧이은 봉합 사태로 떠들썩했다. 이 기간 더불어민주당은 여권 상층부의 균열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23~25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5%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33%) 대비 2%포인트 올랐지만, 변동 없던 국민의힘에 여전히 오차범위 내 열세였다. 전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22~24일)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주 전보다 3%포인트 내린 30%로 국민의힘(33%)보다 3%포인트 낮았다. 이 기간 두 조사의 당 대표 평가에서는 한동훈 위원장(갤럽 52%·NBS 47%)이 이재명 대표(갤럽 35%·NBS 3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여론조사는 한 위원장의 대통령실 사퇴 요구 거절 보도(21일), 충남 서천에서의 갈등 봉합(22일) 이후 이뤄졌다. 한 위원장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이 적나라하게 부각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 기간 민주당은 “약속 대련쇼”(정청래·22일), “대통령의 전례 없는 당무 개입”(이재명·24일) 등의 공세를 폈지만, 여야 지지율 구도가 뒤집힐 만큼 여론이 동요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약점을 파고 들지 못한 민주당이 오히려 유리했던 세가지 포지션을 일정 부분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①정권심판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총선 전략인 ‘정권심판론’에 대항해 한 달전 한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원팀’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야권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먹힌 측면이 있었다. 실제 민주당은 “내년 총선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정권 심판”(정청래·12월 27일), “존재 자체가 대통령 아바타”(서은숙·12월 27일)라며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그러나 공천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민주당의 전략이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앞으로 계속 정권 심판론을 부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계속 연결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이미지상 거리감이 벌어지면 선거 전략이 꼬일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이슈 주도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이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강경파 의원은 “나 조차도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해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 일각에선 “지난 대선 당시 ‘울산회동’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021년 12월 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선대위 활동을 보이콧하고 지방을 돌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울산으로 찾아가 만났다. 내홍으로 흔들렸던 윤 후보는 회동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친이재명계 위주로 흘러가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경직된 분위기 탓에 ‘갈등·봉합’ 같은 스토리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국민의힘 측은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 또다른 갈등과 봉합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비명계의 탈당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우리는 그런 그림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③필승 카드
윤 대통령의 침묵 속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총선 ‘꽃놀이패’로 쓰려던 민주당 필승 전략도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의 갈등 뒤 방송사 대담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5일 김건희 특검법의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론전’에 자신있었던 민주당은 재투표에 나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끝난 뒤 이탈표를 흡수해 재투표하면 특검법 통과 정족수(재적 과반 출석, 3분의2 찬성)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당내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는 등으로 불만 여론이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여론전에서 유리한 것은 우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갈등 사태에도 여전히 상당수 국민은 한 위원장을 대통령과 한몸으로 인식한다”며 “정권 심판론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슈 주도권을 여당에 내줬다는 지적에 민주당 중진 의원은 “향후 민생 대결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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