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칼 배달"…배현진 피습 이후, 총선 후보들이 떤다
“살해 협박을 받아봤다”(국민의힘 중진 의원)
“스토킹도 당했다”(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피습당하자 정치권이 얼어붙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돌 채비를 하는 의원들은 “위협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고 두려움을 호소한다. 수행 비서를 늘리거나 호신용품을 구매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전날 한 남성이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와 따라다니다가 화장실까지 쫓아와 무서운 느낌이 들어 도망갔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사무실 앞에 찾아와 홍보물을 찢거나 면전에서 ‘빨갱이 XX’라고 소리치는 등 돌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섬뜩한 일도 종종 벌어진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사무실에 칼이 배달돼 등골이 서늘해진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유명세가 있는 의원들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기로 작성된 쪽지 사진을 올렸다. 쪽지에는 “부재중이라 편지를 남긴다. 왜 국민의힘으로 출마합니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교수는 “출마 소식을 접하고 처음 받은 협박 메시지다. 배 의원 일이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교적 대중에 잘 알려진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는 잇따른 피습 사건으로 정치인의 소신 발언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와 배 의원은 모두 각종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선명하게 낸다고 평가받아 왔다. 이 대표는 그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앞장서서 주장했고, 배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등을 거치며 ‘야당 저격수’로 활동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과감하게 발언하는 정치인에게 안티 세력도 더 많이 따라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국회는 서로 다른 주장이 충돌하면서도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가는 곳인데, 정치인이건 지지자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분위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배 의원 피습 뒤 여성 의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현장에서 신체를 과도하게 접촉하고 안 놓아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가는 일정마다 ‘좋아한다’며 따라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 대표 피습 사건 뒤 트라우마가 생겨 지하 주차장에서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로 뛰어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수행비서를 더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자구책 외에는 뚜렷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한 명이라도 더 스킨십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마냥 방어적인 자세로 선거 운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여성 의원은 “보좌진과 함께하더라도 돌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는데,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받을 수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보현·전민구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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