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가 끌어올린 '따따블'…"수요예측 재정비 시급"
올해 공모주 모두 공모가 상단 초과…의무보유확약은 12%
운용사 자격 요건 완화도 문제…개인 큰손이 기관으로 변신
[한국경제TV 최민정 기자]
<앵커>
상장 첫날 가격변동폭 제도 변경으로 따따블(공모가 대비 네 배 상승) 기업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기관 수요예측도 변질되고 있습니다. 공모주의 가격 발견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더 많은 물량 배정을 위해 높은 가격에만 주문을 하고 있는 건데요.
상장 공모주에 대한 과열을 막고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선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추진중인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벌서 6년이나 공전하고 있습니다. 제도 도입을 위해선 '사전 공모 행위'를 금지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IPO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하고 일정 기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홍콩의 경우 최소 6개월의 의무보유 기간을 적용하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증권위원회가 발행한 안내 지침에 따라 투자 설명서에 코너스톤 투자자 및 모든 계약 관계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합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며 한국형 코너스톤 제도 도입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책정한 기업이 20%에 불과했지만 올해 수요예측에서는 모두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습니다.
반면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은 평균 12%에 그칩니다. 많은 기관들이 미래의 성장성을 가늠해 투자하기 보다는 단기 차익실현을 위해 공모주를 배정 받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따따블을 기록한 현대힘스 등 6곳의 경쟁률을 살펴보면 평균 900대 1에 달하는데 이는 글로벌 IPO 수요예측과 비교해 세 배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운용사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을 기준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며 운용사가 증가한 점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경준 혁신IB 자산운용 대표:"그래도 경력 있으신 분들이 금융회사를 운영해야 되는데 이건 요건만 맞으면 5억만 있고 10억 있으면 다 해주니까. 소형 운영사가 좀 고액 개인 그런 느낌도 있죠. 수요예측이라는 제도가 의미가 없어졌고…"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과열된 기관 수요예측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회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수요예측 피해는 벨류에이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공모주가 상장 초기 폭등한 뒤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관심이 높아진 신종사기까지 등장하고 있어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기관 수요예측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최민정입니다.
영상취재: 이성근, 김성오
영상편집: 권슬기
CG: 김지원
최민정 기자 choi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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