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컷오프 빈곳에 ‘용산 낙하산’ 투입?…與의 공천 뇌관 셋
국민의힘은 지난 22일부터 현역 의원 평가 여론조사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공천 신청을 접수하기 전에 도려낼 현역부터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는 틈날 때마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에선 “공천 시스템 자체가 기존 현역을 빼내고 새로운 사람을 넣는 물갈이 맞춤형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권의 최대 난제는 영남 지역의 현역 의원 교체다. 현재 국민의힘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현역 의원은 각각 25명과 31명이다. 소속 의원 113명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56명이 영남에 몰려있는 것이다. 숫자가 많은 만큼 칼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희생론’을 띄었을 때부터 영남 의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엄습했다. 영남 중진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 때부터 영남의 현역 교체 비율이 상당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애초 공관위가 ‘물갈이’ 목적으로 만든 ‘현역 의원 교체지수’도 영남권 의원들 입장에선 불이익을 받게 설계됐다. 현역 의원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의원 개인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는 게 핵심인데 영남, 그 중에서도 TK에선 당 지지율이 워낙 높아 개인 지지율이 더 낮은 경우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세가 약한 지역부터 강한 지역까지 4개의 권역을 나눠 현역 의원을 컷오프(원천 배제)시키는데, 현역 숫자가 많은 만큼 경선도 해보지 못하고 컷오프되거나 경선 때 ‘-20%’ 불이익을 받는 의원이 두 자릿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결과에 반발하며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공천 내홍이 여권을 강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얼마나 공천을 받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이미 당에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철규 의원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장동혁 사무총장이 공관위 내부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놓고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이 벌어진 건 갈등의 서막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우선추천(전략공천)을 놓고 양측이 강하게 맞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지난 23일 공관위는 총선에서 3회 연속 패배한 지역 등 최대 50곳을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권 강세 지역에서 현역이 컷오프돼 자리가 빈 곳도 전략공천 지역이 된다는 점이다. 용산 출신 인사 중 다수가 서울 강남과 영남에 출마하겠다고 줄을 선 상황에서 이른바 ‘용산 낙하산’이 대거 공천될 경우 당내 분란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수도권 의원은 “외견상으론 윤·한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리한 지역에 누굴 공천하느냐를 놓고 벌어질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기싸움도 큰 뇌관”이라고 말했다.
공천 내홍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경선 원칙’을 강조하는 게 외려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장 객관적으로 보이는 경선 여론조사조차도 문구를 어떻게 만드는지, 언제 실시하는지 등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경선 과정에서 내부 경쟁이 과열되기까지 하면 우리 당 조직이 쪼개져 야당 후보를 돕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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