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유럽서 콧대 꺾인 애플…3월부터 ‘외부 앱마켓·대체 결제’ 허용

김남영 2024. 1.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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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조해 온 애플의 콧대가 꺾였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법 규제로 애플이 유럽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자사 플랫폼을 개방하게 된 것. 애플의 수익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운영체제(OS) iOS와 앱스토어, 웹브라우저 사파리 등에 대한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마켓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고, 개발자는 아이폰의 인앱 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게 골자다.

이번 개편 내용은 3월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EU 국가들에만 적용된다. 그 외 지역에서는 기존과 같이 운영된다. 이 같은 변화는 3월에 시행될 EU의 DMA(디지털 시장법) 때문이다. DMA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을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무엇이 달라지나


◦ 앱 개발자는: 애플 외에 다른 앱마켓에서 iOS 앱을 배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다른 앱마켓에 제공되는 앱도 애플의 공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악성코드 노출, 보안 위협 등을 막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아울러 애플이 아닌 페이팔 등 타사 결제 시스템도 쓸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애플이 그동안 부과해온 수수료가 사라진다. 앱스토어 개방으로 인해 개발자들이 다른 앱마켓으로 몰려갈 것을 방지하고자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의 결제 수수료를 15~30%에서 10~17%로 낮추기로 했다.

다른 앱마켓에 배포해도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있다. 다만 3%의 결제 처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100만 번 이상 설치된 앱에 대해서는 설치 건 당 0.5유로(약 725원)의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애플은 “유럽 내 99% 이상의 개발자들은 수수료가 줄어들고, (100만 번 이상 설치된) 앱 설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개발자는 전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이폰 이용자는: iOS 앱을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마켓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앱스토어와 함께 구글 플레이스토어, 갤럭시 스토어 등 타사 앱 마켓 이용도 가능해진 셈이다. 웹브라우저 선택권도 넓어진다. 애플은 기본 웹브라우저도 자사 웹브라우저인 사파리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게 왜 중요해


애플의 앱스토어 기반 수익 모델이 흔들리게 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연간 240억 달러(약 3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유럽은 약 6%를 차지한다. 애플은 구글과 달리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왔다. 최대 30%인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받아 앱 개발자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의 규제에 애플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를 총괄하는 필 쉴러는 “DMA는 사용자 경험을 다른 지역보다 좋지 않게 만드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며 “애플의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깨려는 당국의 규제는 애플 제품과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보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는


애플의 ‘철옹성’에 계속해서 금이 갈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정책 변화가 EU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애플은 게임 업체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반(反)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자법)이 시행된 바 있다.

유럽에서는 ‘탈애플’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에픽게임즈는 올해 유럽에서 아이폰용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DMA 시행을 앞두고 메타는 이용자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찾은 앱을 페이스북 앱 등 SNS 앱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일부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고려 중이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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