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4분기 영업익 -53.7%로 뚝…“투자 유연하게 조절하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연간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년 대비해서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78.2% 늘었다.
분기 매출로 볼 때 배터리 시장 둔화는 명확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2.7%, 53.7% 하락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업황 변화를 파악하려면 전년 동기 대비보다 전 분기 대비 비교를 하는 게 더 맞는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을 제외한 영업이익이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IRA 세액 공제 금액은 2501억원이었는데, 미국 현지 생산시설의 안정적 양산에 따라 전 분기 대비 16% 늘었다. 이를 제외하면 4분기 영업이익은 881억원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건 회사가 상장(2022년 1월)한 이후 처음이다. IRA 세액 공제 제외 영업이익률도 1.1%로, 하락하는 추세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감소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탓이 크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2년 1050만대에서 지난해 1380만대로 31% 늘었다. 2022년의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62%이었는데, 지난해 판매량 증가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줄기도 했다. 여기에 완성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 재고 정책을 보수적으로 펴고, 리튬 등 배터리 주요 원재료 메탈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터리 판매가가 떨어진 점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매출에 대해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IRA의 전기차 소비자 보조금 혜택, 전략 고객의 신규 차량 라인업 등으로 2분기부터는 점진적인 매출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해선 “20%대 중반 수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30%대 성장률보다 둔화한다는 전망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이 27.1%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 부사장은 “투자 기조는 당연히 유지해 나가되, 일부 속도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 있으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투자 집행을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설비투자를 집행해 지난해(10조9000억원)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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