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바비' 푸대접 성차별 논란, 인종차별이 더 문제?

윤현 2024. 1. 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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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윅 감독·마고 로비 후보 탈락에 비판 쏟아져... "성차별 아냐" 반박도

[윤현 기자]

 2024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유력 여성 감독과 배우들의 후보 탈락을 분석하는 CNN 방송
ⓒ CNN
페미니즘을 담은 영화 <바비>가 올해 아카데미상(오스카상)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여성 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바비>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최종 후보 명단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각색상, 남우조연상(라이언 고슬링), 여우조연상(아메리카 페레라) 등 8개 부문에 지명됐다.

그러나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배우 마고 로비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로 불리지 않았다. 

작품상 후보 올랐는데 감독상은 탈락... 성차별?

올해 작품상 후보에는 거윅 감독의 <바비>,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여성 감독의 작품 3편이 올라갔다. 이는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이다.

그럼에도 이 가운데 트리에 감독이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감독상 후보에 올랐을 뿐 거윅 감독과 송 감독은 지명받지 못했다. 

미 CNN 방송은 "거윅 감독과 로비가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충격적인 무시를 당했다"라면서 "반면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고슬링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투표하는 AMPAS 회원 500여 명의 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며 편향성을 의심했다. 
 
 영화 <바비>의 여자 주연 마고 로비와 남자 주연 라이언 고슬링
ⓒ 워너브라더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 지지 단체인 '위민 인 필름'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기쁘지만, <바비>와 <패스트 라이브즈>가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라고 항의했다.

<바비>의 '켄' 역할을 맡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고슬링도 비판 대결에 가세했다. 고슬링은 성명을 내고 "바비 없이는 켄도 없고, 거윅 감독과 로비 없이는 영화 <바비>가 있을 수 없었다"라며 "그들이 각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망스럽다는 것도 매우 절제한 표현"이라며 "거윅 감독과 로비의 성과는 다른 합당한 후보들과 함께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소셜미디어에 "거윅 감독과 마고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금메달을 받지는 못했다"라며 "수백만의 팬들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두 사람은 '케너프'(켄만으로 충분하다는 영화 속 신조어)보다 훨씬 훌륭하다"라고 썼다.

오스카 "코미디 장르에 차별" 지적도 

<뉴욕타임스>는 "바비가 자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이뤘으나, 현실 세계에서는 큰 좌절을 겪었다"라며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로 최고의 흥행 기록을 썼지만, 거윅 감독은 실패했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아카데미상은 남성 감독의 작품을 더 선호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최근 몇 년간 다양화를 통해 이런 편견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코미디는 아카데미상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바비>처럼 여성이 주도하는 코미디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더 많다"라면서 성차별뿐만 아니라 장르에 대한 차별도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AMPAS 회원들은 영화 <바비>가 현대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지 않은 것 같다"라며 "거윅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아이러니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상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공의 척도"라며 "누가 후보에 오르고, 오르지 못했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지켜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종차별이 더 문제...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 언급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여자 주연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
ⓒ A24
 
다만 거윅 감독의 감독상 후보 탈락을 성차별로 바라보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박도 있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연예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나는 <바비>를 잘 알고, 그 위대함과 흥행에 대해서도 알지만 모두가 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라며 "상은 주관적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이 시상식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할리우드리포터>의 수석 편집자 레베카 선도 칼럼에서 "이번 문제를 단순히 성차별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라며 "(감독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여성 감독인) 트리에 감독의 성취도 지워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카데미상은 전통적으로 진지함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코미디 영화에 대해서는 <바비>보다 더 노골적으로 비트는 작품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첫 원주민 출신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 등 유색인종 여성을 인정하는 대신 (거윅 감독과 로비라는) 두 백인 여성에게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이고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를 언급했다. 

리는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상에서는 지명받지 못했다. 칼럼은 "리의 미묘한 이중 언어(한국어와 영어) 연기가 일부 AMPAS 회원들에게는 너무 조용하게 느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리는 인생의 거의 절반을 전문 배우로 살아왔지만, <패스트 라이브즈>가 첫 주연작이었다"며 "연기자 개인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는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런 무시가 주는 타격은 (수상 후보 탈락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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