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잇따른 임직원 포렌식 논란...“지나친 통제” vs “정당한 행사”
SM 경영진 “독립경영 합의 어겨”
카카오모빌리티, M&A 정보 유출자 수색
노조 “명확한 증거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
쇄신 작업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카카오가 다시 격랑에 휩쌓이고 있다. 부당행위가 의심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포렌식 조사에 잇따라 나서면서다. 조사 대상이 된 카카오 계열사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인수 과정에서 합의한 ‘독립경영’을 카카오가 해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대상 포렌식 조사를 두고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초 SM엔터 경영진들의 대한 디지털조사(포렌식)를 통보한 후 개인 PC 등을 수거해갔다. 장철혁 SM엔터 대표, 이성수 최고A&R책임자(CAO), 탁영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C레벨 임원 일부가 대상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 계열사 통제 문제가 불거지자 카카오가 감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경 SM엔터가 자회사를 통해 텐엑스엔터(10x엔터)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당시 소속 아티스트가 1명뿐이고 부채는 자산을 초과하는 회사를 22억원을 주고 사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 측은 “SM엔터가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사전 상의 없이 투자를 진행했다”며 “이번 감사는 이와 관련된 배임 의혹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감사위원회 요구로 외부 로펌을 통해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 내부에선 이러한 카카오의 대응에 당혹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과정에서 독립경영을 약속 받았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초 카카오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당시 양측은 ‘SM엔터 경영 개입 금지’를 합의한 바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외 일부 계열사에서도 감사 내용에 따라 간헐적 포렌식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감사에 대해 카카오 측은 “SM엔터는 사안의 경중이 중대하지만 그 외 건들은 내부 고발 등으로 중대함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를 놓고 시장에선 카카오가 SM엔터 재매각을 위한 포석용이라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카카오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원 개인 휴대전화 포렌식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부 직원들로부터 동의서와 함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법무법인을 통해 포렌식 조사를 시작했다.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가 사실상 불발됐다는 보도에 대한 제보자를 찾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고 경위 확인 차원에서 감사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회사가 명확한 증거 없이 포렌식 조사에 착수하며 감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대 크루유니언 카카오모빌리티 분회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포렌식 조사는 혐의점이 분명할 때 진행하는 매우 조심스러운 과정”이라며 “어디서 유출됐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직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감사를 아무런 고지 없이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못한 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일반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최근 주요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감지돼 사내 일부 직원 대상 보안 점검을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의혹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개인 동의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혹과 관련된 제한적인 내용만 점검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회사는 임직원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감사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카카오는 비리 관련성, 제보 등에 기반해 직원들에게 (포렌식 조사) 동의서를 받는 등 일반적인 감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정보 유출 건에 대해 “상장회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며 “그만큼 미공개 정보 유출은 회사에 심각한 리스크를 야기하는 행위로, 자체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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