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세계 최고 스타, 아시안컵에서 뜻밖의 맞대결… 클린스만 대 만치니 '벤치의 빅 매치'

윤효용 기자 2024. 1. 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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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가장 유명한 두 인물이 격돌한다. 31일(한국시간) 16강전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감독과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악수하는 순간, 대회 최고 연봉 감독이자 축구사 전설로 남은 두 인물이 한 화면에 담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만치니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은 각각 이번 대회 사령탑 중 연봉 1위, 2위다. 경력이 한풀 꺾인 뒤 한국에 온 클린스만에 비하면, 사우디 축구협회가 이탈리아 감독직을 사임하게 만들며 데려온 만치니의 연봉 2,500만 유로(약 362억 원)가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1위와 2위다.


둘은 감독에 앞서 선수 시절 독일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공격수였다. 클린스만은 독일 대표로 1987년부터 1998년까지 활약했고, 108경기 47골을 넣으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국가대표 경력이 부실한 만치니는 이탈리아 대표로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오래 뛰었으나 36경기 4골에 그쳤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벌인 맞대결 성적은 만치니의 판정승이다. 독일에서 개최한 유로 1988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선수 모두 선발로 뛰며 맞대결을 벌였는데, 만치니가 골을 넣은 이탈리아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다만 독일과 이탈리아 모두 결승에는 가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이후 독일 천적 이탈리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감독이 된 뒤에도 2006 독일 월드컵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패배한 바 있다.


프로 무대에서는 동료로 뛸 뻔 한 적도 있지만 운명이 엇갈렸다. 이탈리아 삼프도리아의 전설 만치니는 15년간 활약한 뒤 1997년 이적했는데, 그 자리를 메우러 베테랑 스타 클린스만이 영입됐다. 다만 떠돌이 성향이 있던 클린스만은 고작 반년만 삼프도리아에 머무른 뒤 토트넘홋스퍼로 다시 떠났다.


이에 앞서 클린스만이 인테르밀란의 간판 스타였던 1989년부터 1992년까지 3년간 둘은 치열하게 격돌했다. 당시 만치니와 잔루카 비알리를 앞세운 삼프도리아는 강호였다. 1989-1990시즌 인테르가 3위에 올랐고 삼프도리아는 5위였다.


특히 1990-1991시즌은 당시 세계 최고였던 세리에A 정상을 놓고 클린스만과 만치니가 격돌한 시기다. 만치니가 전설적인 삼프도리아의 우승을 이끌었고, 인테르는 3위였다. 그 다음 시즌에는 삼프도리아 6위, 인테르 8위로 나란히 추락했다. 맞대결에서 만치니가 곧잘 득점하며 삼프도리아의 우세를 이끈 반면 클린스만은 한 번도 삼프도리아 골문을 흔들지 못했다.


선수 시절 남긴 업적은 아무래도 클린스만 감독 쪽이 더 화려하다. 클린스만은 무엇보다 월드컵과 유로 우승을 모두 맛보며 독일 축구가 세계 최강을 다투던 시절 최전방을 맡았던 인물이다. 만치니는 대표팀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반면 프로 무대에서는 떠돌이 클린스만이 총 트로피 3개에 그친 것과 달리 만치니는 13개나 수집했다. 세리에A에서 맞대결을 벌인 시기에도 만치니가 더 강했다.


감독이 된 뒤에는 만치니 감독이 훨씬 길고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며, 걸어온 길이 엇갈려 맞대결할 일이 없었다. 만치니는 2001년 피오렌티나에서 감독 데뷔해 라치오, 인테르, 맨체스터시티, 갈라타사라이, 다시 인테르,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쳤다. 2018년에야 국가대표에 데뷔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2004~2006 독일, 2008~2009 바이에른뮌헨, 2011~2016 미국 대표팀, 2019-2020시즌 잠깐 헤르타BSC 감독직을 맡으며 주로 국가대표 무대에서 활약했다.


감독으로서 둘 다 나름 족적을 남겼지만 최근 하향세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만치니는 프로 감독으로서 여러 트로피를 따낸 뒤 이탈리아를 지휘하며 유로 2020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유로 우승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했고, 도망치듯 사우디로 이직하면서 한 번 더 체면을 구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부터). 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린스만은 월드컵에서 몰락 위기였던 독일을 4강에 올렸다. 당시 코치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얼굴 마담 '요아힘 뢰브 발사대'에 불과했다는 인색한 평가도 있지만 4강이라는 성적은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북중미 골드컵 우승,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다. 그러나 미국 경력 막판부터 헤르타를 잠깐 지휘한 시기까지 최근 7년 정도는 성적이 나쁘거나 경력이 단절돼 있던 상태에서 지난해 한국을 맡았다. 감독으로서는 만치니의 경력이 압도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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