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더 공정해지길"…입시비리 인정한 조민 최후진술 [전문]
“저와 제 가족의 일로 더 이상 우리 사회 분열이 없었으면 한다. 어떤 판결도 겸허히 수용하겠다.”
‘입시 비리’ 의혹 재판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33)씨는 1심 최후진술을 이렇게 맺었다. 조씨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이경선 판사) 심리로 열린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제가 누렸던 기회들을 보며 실망하고 좌절한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며 입을 뗐다. 최후진술은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1장 분량이었다.
검찰은 이날 조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 혐의에 대해 “이미 공범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안”이라며 “모든 서류가 위조·변조·조작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했다. 이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하고,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시 제도에 갖고 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한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라며 재판부에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조씨 측이 지난달 8일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간이공판 절차를 요청함에 따라 이날 재판은 두번째이자 마지막 공판이 됐다. 간이공판은 증거조사 등을 간소화한 일종의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에 한해 진행할 수 있다.
검찰, 징역 1년 집유 3년 구형…조민 수사 약 5년만
조씨는 부모와 공모해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에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에 위조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등을 제출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뒤늦게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2019년 8월 조국 일가 수사를 시작한 지 4년만이었다. 정 전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각각 재판에 넘겨진 2019년 9월과 12월로부터도 3년 여가 흘렀을 때다.
그 사이 조씨는 자신이 졸업한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취소 처분에 불복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7월 소를 취하했다. 같은달 조씨의 의사면허도 취소됐다.
이를 두고 조씨 측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위계공무집행 혐의는 공소시효(7년)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날도 변호인과 검찰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정영태 변호사의 “보복기소·지연기소” 비판에 검찰은 “당사자들의 진술 거부 및 회피 등으로 피고인의 가담 정도가 미확정된 상황이 이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 한동훈 전 장관 딸의 스펙 의혹”이라며 “조국이 검찰개혁을 주장한 장관이 아니었다면 피고인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수사했을지 의문”이라고도 따졌다. 검찰은 “최강욱·조국·정경심도 똑같이 수사가 과도하다, 위법하다,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모든 주장을 배척했다. 그만큼 적법한 수사였다고 제가 4년 내내 말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조민 3월 22일, 조국 2월 8일 1·2심 선고
조씨는 지난 16일 열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이례적인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조씨는 “재판부께서 증인 출석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셨기에 다음 기일이 정해지면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씨가 다음 재판에 출석하면 재판부는 과태료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조씨는 최근 SNS를 통해 화장품·홍삼 광고 모델이 된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 조민 1심 최후진술 전문
「 최후 진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과 관련해서 고통받은 많은 사람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렸던 기회들을 보면서 실망하고 좌절하였던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리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서류가 적법하게 발급해주신 것이고 제가 실제로 참여하였고 활동한 내역들을 담은 것이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를 좋은 학점으로 졸업하였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는 입학성적우수자로 입학하였습니다.
의전원 초기에는 적성에 맞지 않아 공부하는 데 당황하였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졸업을 하였고 의사 시험을 통과해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사라는 꿈을 이룬 것은 온전히 저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부모가 교수가 아닌 학생들의 경우, 저와 같은 인턴십 기회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목고 유학반 내지 이와 유사한 기회를 제공받지 않으면 같은 반 안에서 이 사실을 공유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제가 대학교 생활이나 의전원 생활을 할 때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저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걱정할 것 없이 수월하게 공부하였습니다.
저희 가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고민에 빠져보지 않은 날이 없지만 어머니에 대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더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제가 사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떳떳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이미 판단한 부분은 겸허히 수용하고 어머니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서류에 기초해서 제가 이루었던 모든 것에 대해서 제 노력 유무를 떠나서 내려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주변분들과 변호사님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런 고민 끝에 고려대와 부산대 소송을 취하하였습니다. 의사 면허도 자진 반납하였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제 다른 인생, 다른 진로를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저희 가족의 일로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분열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더욱 더 공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많이 고민했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판결을 받더라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제가 기여할 수 있을지 더 깊이 고민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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