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뇌물 받았냐"VS유동규 "소설 쓰지마"… 법정서 충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대장동 재판'에서 충돌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씨에게 요구한 3억원의 용처에 대해 이 대표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재판에서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도중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질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1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마신 술값 40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철거업자 A씨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증언했다. 이후 A씨가 추가로 돈을 요구하자 남씨로부터 3억원을 받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각각 1억원씩 나눠 가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며 "A씨에게 철근을 주는 대가로 4000만원을 뇌물로 받고, A씨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3억원 차용증을 써준 뒤 이 돈을 갚기 위해 남씨에게 3억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유씨가 돈을 나눠 가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뇌물 수수로 생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남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은 "음모론을 내세우는 데 익숙한 것 같은데 자제해달라"며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사람들이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 3억원의 차용증을 써줬고, 안 갚으니 증인의 사무실을 찾아가 문제 삼겠다고 하니 급하게 돈을 갚았다는 것"이라고 거듭 물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소설 쓰지 마시라"며 "사무실 찾아온 사람이 이재명씨가 잘 아는 건달 아니냐. 그 건달이 이재명 친구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나는 그 사람 모른다"고 받아쳤다.

양측의 설전이 격앙되자 재판부는 "이 정도로 정리하자"며 제지해 중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8월부터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민간사업자들이 7886억원 상당의 이득을 보게 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다.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사업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