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공급’ 언제까지…완판 길어지는 서울 대단지
상도·도봉 단지도 미계약 물량 속출
지난달 전국 평균분양가 평당 1736만원
전년比 12.29% 올라
‘청약 불패’라 불렸던 서울 분양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곳곳에서 다회차 분양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분양가를 높인 것이 미분양 확대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집값은 점차 하락하고 있어 고분양가에 따른 미분양 확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균열 생긴 서울 ‘청약 불패’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지난 23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15가구 모집에 1286명이 몰렸다. 일반분양 물량이 121가구였던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특별공급(97가구) 경쟁률 6.1대 1, 일반공급(24가구) 경쟁률 100대 1을 기록하며 최초 청약에 성공했다. 어렵게 청약에 성공했지만 계약 시기가 다가오자 54가구가 청약분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이달 2일 1차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이 물량에는 3138명이 몰리면서 5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시 포기자가 나오면서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
높은 분양가가 계약 포기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10억4300만~11억5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변 단지인 ‘두산위브(2006년 준공)’ 84㎡의 실거래가(9억5000만원·지난해 10월)와 비교해 1억~2억원가량 비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공분양으로 진행돼 분양가가 일반 민간 아파트 시세 대비 20~30%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나오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3월 입주 예정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9월 1·2순위 청약과 이후 3개월간 이어진 선착순 계약에서 197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아 결국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게 됐다.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 39가구에 그쳤다. 지난 16일 158가구에 대한 2차 무순위 청약에선 절반가량 계약이 이뤄졌다. 이 단지의 분양가도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 12억7000만~13억8000만원 수준인데, 인근 ‘상도더샵1차(2007년 준공)’ 84㎡는 최근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도 계약취소 물량이 나와 지난달부터 선착순 계약 중이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68가구 모집에 551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평균 8대 1에 그쳤다.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8억3000만~9억500만원 선으로 서울 지역 내에선 저렴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주변 시세가 4억~5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높다.
분양가는 천정부지, 집값은 하락세
최근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반면 집값은 내리는 추세여서 향후 미분양 물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736만1300원으로 나타났다. 전월(㎡당 518만3000원)보다 1.51%, 전년(㎡당 468만5000원) 대비 12.29% 올랐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0.04%)보다 0.05% 내리며 하락 폭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이후 9주 연속 내렸다.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0.04%)보다 0.03%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7주 연속 하락세다. 부동산원 측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매수 문의도 한산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시세 대비 저렴하지 않고 입주 전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단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미계약 물량이 계속 발생하면 계약 조건을 완화해주거나 할인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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