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4일, 트럼프 가슴 콩알 만해지는 날...'의회폭동 사주' 재판일
" 91건의 혐의는 트럼프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 "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미국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내린 평가다.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은 2연승으로 대세론에 불을 지핀 트럼프다. 하지만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로 나아갈수록 더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고, 그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라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2020년 대선결과를 뒤집으려 한 시도를 비롯한 91개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돼 있다. 법적·정치적으로 가장 폭발력이 큰 건 ‘대선 결과 뒤집기’와 관련해 지난해 8월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가 한 기소다.
트럼프는 지난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허위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에서 폭동을 벌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의회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트럼프는 이 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연방특검 ‘대선 뒤집기 기소’가 핵심
하지만 트럼프 측에서는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지연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워싱턴 항소법원 재판부는 이달 초 구두변론을 들었으나 언제 판결을 낼지 불명확하다”며 “판결이 나도 트럼프 측은 전원합의체에 의한 재심리를 요구할 수 있고, 이후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미스 특검 측은 트럼프 측의 지연 작전에도 연방대법원 회기가 종료되는 6~7월 전까지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게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미 법무부에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사건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60일 원칙’이라는 불문율이 있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이를 따를 의무도 없다. 오히려 유력 대선후보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정리하기 위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할 수도 있다.
폴리티코는 “(재판 신속 진행은) 문제의 성격과 헌법적,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검의 목표는) 완전히 실현 가능하다”며“대법원의 보수적인 판사들의 절차 지연 시도는 법원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심각한 비판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가 투표일 이전 워싱턴 재판정에 설 매우 실질적이고 상당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아마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고 이것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플로리다·조지아 재판은 영향 미미
퇴임후 백악관 기밀문건 수백건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무단반출한 혐의를 받는 플로리다 재판, 대선 결과를 바꾸려고 주 선거관리 당국과 법무부 등에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지아주 재판은 대선 이전에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트럼프 측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벌일 재판 연기 전략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꽤 높아서다.
트럼프의 대선후보 자격에 대한 일부 주들의 문제 제기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의회폭동 사건 등을 근거로 내란혐의를 적용해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대법원에 항소했는데, 대법원은 다음 달 8일부터 사건 심리에 들어간다. 메인주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트럼프의 경선 출마자격을 판단하기로 했다.
유죄판결 나오면 본선 위험
하지만 본선은 다르다. NYT는 “보수적인 아이오와 주에서도 트럼프 지지자 10%는 유죄판결이 나오면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트럼프를) 경계하는 무소속과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유권자들의 의심이 깊어진다면 트럼프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정적들은 법적 문제들이 대선 출마에 결정적 타격이 되길 기대했지만, 선거 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들이 지연되고 있을 뿐더러, 트럼프가 자신이 편파적인 검찰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지지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짚었다.
트럼프 성추행 재판서 "원고는 거짓말장이"
이런 가운데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재개된 명예훼손 혐의 민사소송에서 증언대에 올라 28년 전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다가 판사에게 제지 당했다. 트럼프는 "원고(E. 진 캐럴)가 거짓말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느냐"는 피고 측 변호사의 질문에 "100% 그렇다. 그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답했다.
이에 판사는 질의응답을 중단시키고 배심원단에게 "트럼프의 발언을 무시하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재판에서 법원이 1996년 뉴욕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크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는데도 트럼프가 이날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같은날 조지아주에서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수사를 담당한 흑인 검사장이 인종 감정을 부추겨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한다며 법원에 사건 기각을 요청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패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사장이 "사건에 부적절하게 인종 문제를 꺼내 악감정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한 윌리스 검사장은 앞서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마이크 로만의 재판에서 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 중 한 명인 네이선 웨이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날 트럼프 정부 당시 '경제 책사'로 불렸던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이 2021년 1·6 연방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를 거부한 혐의로 징역 4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나바로 전 국장은 트럼프 측근 중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이어 의회 소환을 거부해 실형을 선고받은 두번째 인물이 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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