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도의 향기가 진한 '황야'...'액션 쾌감' 무기로 전진 [D:OTT 리뷰]

러닝타임 107분
26일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는 마동석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아포칼립스 액션 영화다. 새로운 걸 원한다면 진부할테지만, 언제나처럼 정의를 위해 악당들을 시원하게 처단하는 마동석이 보고싶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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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는 김숭늉 작가의 원작 '유쾌한 왕따'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져 지난해 여름 개봉한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시점은 재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다. 세상은 무법천지가 됐고 남산(마동석 분)은 지완(이준영 분)과 함께 악어 사냥꾼으로 분해, 잡아온 악어를 물물교환 형식으로 나눠준다.

탁월한 싸움 기술과 체력을 겸비한 남산은 버스동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지킨다. 남산은 특히 자신의 딸과 닮아있는 수나(노정의 분)를 조금 더 애틋하게 챙긴다. 수나의 목숨을 살려준 경험도 있어 수나 역시 남산을 잘 따른다.

어느 날 자신을 봉사자들이라고 소개한 무리들이 찾아오고, 수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겠다고 제안한다. 세상의 희망은 청소년이라며, 아파트에서 깨끗한 물과 식량을 배급하고 보살피는 일을 한단다. 수나는 할머니의 건강을 생각해 따라가지만, 도착한 아파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수나가 도착한 아파트는 세상의 유일한 의사 양기수(이희준 분)의 통제 하에 돌아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남산은 수나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걸 직감한 후 지완과 양기수의 비밀을 알고 있는 군인 이은호(안지혜 분)와 아파트로 향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 관객이라면 '황야'의 세계관을 조금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인간 군상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냈다면 '황야'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좀비 같은 존재들을 만들어 냈다. 양기수 박사는 그들만의 세상 안에서 유일한 구원자 행세를 하며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고, 희생을 강요한다.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답게 남산 일당들이 총, 칼을 맞아도 쉽게 죽지 않는 존재들과 맞서며 쾌감을 만들어냈다. 수위도 높다. 목이 베이고 신체가 절단되는 모습들을 여과없이 표현됐다.

마동석은 '범죄도시'에서 맨손 액션을 장기로 삼았다면 총, 칼 등 각종 무기들로 조금 더 화려하고 묵직한 액션연기를 보여준다. 언제나처럼 마동석의 등 뒤에서 그가 헤쳐나가는 길을 안전하게 관전하면 된다. '범죄도시'에서 선보였던 마동석표 유머도 곳곳에 녹아있다.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 감독으로, '황야'로 첫 연출을 맡았다. 무술 감독의 내공은 마동석, 이준영, 안지혜의 각기 다른 액션 스타일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캐릭터마다 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이희준이 연기한 양기수 캐릭터는 만화 속 인물처럼 비현실적이나, 이희준의 광적인 열연이 살려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과 존재의 무게나 결은 완전히 다르지만, 존재감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이희준은 양기수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긴장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이야기의 구멍이나 허술한 전개, 갑작스러운 봉합식 엔딩이 아쉽지만 액션신이 주는 만족감으로 상쇄 가능하다.

'황야'의 발견은 안지혜다. 군인 출신으로, 양기수의 만행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인물로 아파트에서 벗어나, 남산과 함께하는 인물로,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 연기가 시선을 끈다. 러닝타임 1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