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잔잔한 감동의 반려동물 전성시대

데스크 2024. 1. 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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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데이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을 훌쩍 넘겼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 곳곳에서는 산책을 나온 반려동물을 쉽게 볼 수 있고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카페나 식당 등 활동공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 삶 속에서 더욱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곧 개봉할 영화 ‘도그데이즈’는 꼭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민서(윤여정 분)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지만 아들과 떨어져 큰 집에서 반려견 완다와 외롭게 살아간다. 여느 때처럼 동물병원을 다녀오다 그만 길에서 쓰러지게 되고 이때 배달을 하는 라이더 진우(탕준상 분)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완다를 잃어버리게 되자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작곡가 선용(정성화 분)과 정아(김윤진 분) 부부가 완다를 보살피는 것을 모르고 진우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한편 개를 싫어하는 싱글남 민상(유해진 분)은 자신의 건물 1층에 세를 든 동물병원 원장(김서형 분)과 개똥 문제로 다투는 게 다반사다. 또한 밴드 리더 현(이현우 분)은 여자친구 수정(김고은 분)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게 되는데 수정의 전 남자친구라는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이 찾아와 능숙한 솜씨로 스팅을 돌보자 질투심을 느낀다. 옴니버스 형태로 묶여진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이 반려견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 과정을 그렸다.

삶에 있어 반려견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최근 월드 뉴스에 따르면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가 반려견과 반려묘에 37억원을 상속하기로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자녀들은 평소에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고 아플 때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남부러울 것 없는 저명 건축가인 민서에게 아들은 자주 볼 수 없지만 강아지 완다는 자신을 따뜻하게 반겨주며 그의 곁을 지켜주는 찐 가족이다. 과거 마당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이 이제는 집안으로 들어와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인데 이들 중 88%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때로는 가족 그 이상의 의미라고 한다. 영화는 반려견을 가족으로 대하는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반려견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한 세계적인 건축가와 배달 라이더, 혼자가 편한 싱글남과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 초보 엄마 아빠,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돌보게 된 두 남자 등 각자 처한 상황과 직업, 나이 모두 다르지만, 반려견이라는 공통분모로 이들은 엮인다. 등장인물들은 사랑과 갈등 등 자신이 지닌 사연을 풀어놓고 서로 화해하며 위안하고 사랑을 쌓아간다. 영화는 반려견을 통해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배우들과 반려견의 열연은 물론 다채로운 사연이 관객들의 공감대를 높인다. 영화는 극중 인물들의 다채로운 사연들로 다양한 관객층에게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비록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투박하고 밋밋한 경향이 있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따스한 온기가 이를 상쇄시킨다. 더욱이 윤여정과 탕준상의 호흡은 극의 활력을 높이고 있으며, 배우들 못지 않는 눈빛 연기 등 반려견들의 열연 또한 치명적 귀여움과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우리 사회는 무관심과 개인주의로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웃 간은 물론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고리 중의 하나는 반려동물이다. 모르는 사람과도 반려동물에 대한 대화로 서로는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현대인의 사회적 고립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반려동물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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