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변태 아동성범죄를…법정견학 초등생들 보게 한 법원
법원이 법정에 견학을 간 초등학생들에게 변태적인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아동 성범죄 사건을 연이어 방청할 수 있도록 해 세심함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전날 오전 창원 시내 초등학교 2곳의 5학년생 약 20명은 법정 견학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법원 직원의 인솔에 따라 먼저 315호 대법정 방청석에서 약 30분간 재판을 들었다.
하필 이때 재판 7건 가운데 5건이 성범죄 사건이었고, 특히 이 중 4건은 피해자가 미성년·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였다.
이날 재판부는 미성년자 의제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 대한 재판에서 “만 10~11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 피해자와 유사 강간 행위를 2년 넘도록 지속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단 재판부는 “A씨의 구강·항문에 피해자 성기를 삽입한 행위에 대해 법리상 유사강간으로 해석할 순 없다”며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적나라한 단어를 10여 차례 반복해 거론했다.
곧바로 이어진 재판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매수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13세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성을 매수하는 행위를 했다”며 “아동 청소년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었다.
학생들은 또래의 피해 사실을 듣고 다소 경직된 채로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창원지법이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은 학교·학부모 등의 신청을 받아 담담 재판부의 동의를 거친 뒤 코스를 계획한다.
창원지법 측은 공개 재판 원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업무 처리를 했지만, 절차상 아쉬웠던 부분은 내부 논의를 통해 보완하고 재판의 성격에 따라 사전에 조율하는 방안 등을 검토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공개 재판에 방청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으며, 성범죄라고 무조건 견학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
아동 관련 단체에서는 이번 견학이 정서적인 학대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성교육을 위해 굳이 포르노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팔·다리가 잘린 시신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며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재판을 보여주는 게 교육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이런 견학은 정서적인 폭력”이라며 “충격적인 내용을 굳이 보여준다는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빈·안대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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