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밀 타격’ ADC…바이오 게임 체인저 [스페셜리포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1. 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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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ADC(항체약물접합체)를 상업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겠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한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조6000억원대 매출(연결 기준 전망치)을 기록했다. 수주 잔액도 두둑하다. 지난해에만 3조5000억원대 물량을 확보해 전년 대비 2배 늘렸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기 먹거리로 무엇을 타깃으로 삼을까 주목했는데 그 답은 ‘ADC’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JPMHC에서 ADC 생산시설을 내년 1분기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완제품까지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굉장히 많다”며 “내년 1분기 미국에서 ADC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정윤정
바이오 대세 ‘ADC’ 뭐길래

신호탄 쏘아 올린 ‘엔허투

최근 바이오업계 대표적인 성장 키워드 중 하나가 ADC라는 데 이견이 없다. ADC는 한마디로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한다. 암세포를 찾으려는 ‘항체(Antibody)’에, 특정 암세포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저분자 세포독성약물(cytotoxic Drug)’을, ‘화학적 결합(Conjugation)’ 시킨 구조다. 그래서 이름이 ADC다. 항체가 약물을 암세포까지 유도한 뒤 선택적으로 공격하기에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공격한다. 기존 화학 요법 대비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특히 난이도 높은 고형암 치료법으로 각광받는다. 고형암은 백혈병 등으로 대표되는 혈액암 대비 상대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혈액암은 주사를 놓을 경우 혈액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죽인다. 반면 고형암은 특정 부위에만 종양이 있어 약물이 도달하기가 어렵다.

ADC 패권 전쟁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촉발했다. 2022년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ADC 항암 신약 ‘엔허투’의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암 치료 효과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보이자,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엔허투는 출시 3년 차인 지난해 매출액 25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가장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전문의약품으로 꼽힌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ADC 개발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57개 새로운 ADC가 초기 개발 단계인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전체적으로는 249개 ADC 관련 임상이 진행 중이다.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이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ADC 품목은 총 15개다.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3년 97억달러에서 연평균 15.2%씩 성장해 2028년이면 19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3대 종양올림픽으로 꼽히는 AACR(미국암연구학회) 2023에서는 ADC 관련 초록만 142편이 발표될 정도로 주목받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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