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탈포털보다 급한 불 '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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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라는 명제는 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로 등장해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2023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 사이트나 검색 엔진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69.6%였다.
언론은 올해도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는 한편, 뉴스를 회피하는 독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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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라는 명제는 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로 등장해왔다. 다만 이제는 한참 철 지난 소리가 됐다.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똥을 보면 가던 길을 피해 가듯, 뉴스를 보면 에둘러 피해 간다는 말이다. 이른바 ‘뉴스 회피’ 현상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2023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뉴스 회피를 경험한 한국인의 비율은 67%(2002년 기준)였다. 같은 해 조사대상국 평균(69%)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뉴스 회피 경험자 증가 폭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늘어왔다.
뉴스 회피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범죄와 부도덕에 대한 지연된 정의가 불러오는 분노, 하루하루가 힘들어 죽겠는데 남들은 잘 산다는 소식만 들려올 때의 우울, 뉴스 아닌 가짜·허위정보를 볼 때의 짜증 등이다. 뉴스(NEWs)가 더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4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난 레거시 미디어가 생산한 뉴스를 거의 읽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며칠 전에 X에 올라온 내용에 대해 1000단어로 써놓은 걸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했다.
포털이라는 ‘전 국민 플랫폼’을 통해 뉴스가 과소비되던 한국의 기형적 상황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뉴스를 확인하는 이들의 비율은 최근 7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2023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 사이트나 검색 엔진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69.6%였다.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이용했다고 답한 이들이 70%를 밑돈 것은 201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 회피 현상의 확산을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상은 공급자인 언론, 그 자신이다. 위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국내 언론의 문제가 얼마나 얼마나 심각한지 5점 척도로 물었더니 ‘낚시성 기사’와 ‘편파적 기사’가 3.83점으로 심각성이 가장 높았다. 어뷰징 기사(3.82),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3.80)가 뒤를 이었다.
언론은 올해도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는 한편, 뉴스를 회피하는 독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머스크 CEO의 말처럼 특정한 사실과 정보가 기존 언론사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더 빠르게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존재와 의의를 오롯이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방에서 만인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은 분절화되고 파편화돼 있다. 그건 뉴스라기보다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덩어리’에 가깝다.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레거시 미디어는 그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사실인지를 확인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맥락을 찾아서 정보의 전후를 분석해 단편적인 정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바로 이러한 노력이 담겨있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자면 될 내용이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1000자가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뉴스 회피의 시대’에 그래도 뉴스가 필요한 이유다.
김동표 콘텐츠편집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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