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도그데이즈’ 반려견은 바라는 게 없지, 사랑만 주지

이이슬 2024. 1. 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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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세상이다.

'내 새끼' 같은 반려견, 반려묘를 촬영한 영상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예쁘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팍팍한 삶에서 반려견을 만나 온기를 찾고, 서로가 서로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되면서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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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데이즈' 리뷰
순수한 반려동물이 전하는 사랑 의미
각박한 시대 '인류애' 충전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사진제공=CJ ENM]

흉흉한 세상이다. 속이고 배신하고, 때리고 찌르고 돌진하고. 뉴스를 틀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난다. 바야흐로 '손절'(손해를 보더라도 끊어낸다는 주식투자계 은어로, 관계를 끊는다는 말)의 시대다. 요즘 사람들은 차갑다. 인간관계에서 조금도 상처받거나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빨간불'이 들어오면 냅다 발을 뺀다. 수십 년 친구와도 '팔로우 끊기'만 클릭하면 남남처럼 지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떠나 휴대전화에서 안식처를 구한다. 온라인상에서는 시간을 '순삭'(순간 삭제) 시키는 '애니멀 콘텐츠'가 인기다. '내 새끼' 같은 반려견, 반려묘를 촬영한 영상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예쁘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전기장판에 누워서 반려동물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만으로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도 이러한 미덕을 지녔다.

다음달 7일 개봉하는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등 외로운 이들이 반려동물과 만나면서 삶에 온기를 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유해진·김서형, 윤여정·탕준상, 다니엘 헤니·이현우, 김윤진·정성화의 에피소드가 교차한다. 팍팍한 삶에서 반려견을 만나 온기를 찾고, 서로가 서로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되면서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다. 영화를 연출한 김덕민 감독은 20년간 묵묵히 조연출로 일하다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사진제공=CJ ENM]

영화는 쉽고 친절하다. 혹자는 식상하고 낡았다고 하지만, 각박한 이 시대에는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반려견들이 주는 온기에 밑줄긋고 싶다. 차장님, 완다, 스팅 등. 귀여운 반려견의 활약이 인상적인 영화다. 바사삭 으스러진 '인류애'가 충전된다. 이들을 둘러싼 등장인물도 착하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또 열심히 산다. 가진 게 많아도 타인을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쓴다. 표현이 서투르고 모날지라도, 마음 씀씀이가 선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려하고 사랑한다.

반려동물들은 우리(사람)에게 바라는 게 없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옆에 있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주는 맛있는 간식이나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들이 바라는 전부다. 우리가 울면, 같이 울고. 우리가 밥을 먹으면 사료를 먹는다. 계산하고 따지고 속이고 또 바라는 인간과 차원이 다른 생명체다. 그들의 순수함은 결국 우리 마음을 녹인다. '도그데이즈'도 그렇다. 조금 올드하면 어떤가. 영화관에서 착하고 순수한 반려견들과 사람들을 보며 지친 마음을 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무시무시한 콘텐츠 홍수 속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작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영화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사진제공=CJ ENM]

"친절과 사랑이 우리의 강력한 힘"이라던 배우 양자경(양쯔충)의 말처럼,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다정한 말과 친절한 마음이 아닐까. '도그데이즈'는 따뜻한 이야기로 잃어버린 인류애를 회복시켜 주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2월7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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