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의 과제

송재영 2024. 1. 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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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강민정의원실 국회토론회 진행

[송재영 기자]

 2024년 1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최근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강민정 국회의원과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의 과제'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2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의 광역시도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센터 등을 비롯해 여러 시민사회, 연구소에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현재 당면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 및 지난 민주시민교육 과정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중심으로 토론을 벌였다. 

축사에서 강민정 국회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외교, 언론, 국방, 교육 등 전 사회적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끝없는 퇴행이 목격되고 있다"라며 "독단적인 국정 운영 형태에 민주적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에 혐오와 적대감만이 커지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빈약한 민주주의였다면서 허약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강력한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자리가 좋은 성과를 내는 토론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수경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전국의 여느 지역과 진배없이 부산시에서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의지를 꺾고 예산 삭감뿐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한 부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존재마저도 먼지처럼 지워버리려 하였다"라며 "풀뿌리민주주의 운동에 이바지해 온 45개 시민사회 단체의 결집체인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는 쓰러진 듯 잠시 누웠으나 그 뿌리는 더 튼튼해졌다"라며 민주시민교육을 향한 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류홍번 위원장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근본적 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고 향후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 성찰하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지역의 활동가들이 서로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란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주제로 제1 기조 발제에 나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과 같은 탈식민지 국가, 제3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와 같은 말로 사용되어 온 경향이 있고, 선거와 주기적인 정권교체만을 제도화한 '최소 민주주의'(minimal democracy), 국가주의와 천민적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장식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87년 6월 항쟁은 온건하고 보수적인 운동 주체를 통해 대통령 직접 '선거'는 회복했으나, 사실 1972년 유신헌법 이전으로 되돌아간 최소 민주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후 민주화 이후도 '최소 민주주의'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87년 6.29가 전형적인 '협약에 의한 민주화'로서 한계를 지녔다"고 말하면서 "선거제도, 주기적 정권교체, 언론자유나 시장경제 활성화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새로운 권위주의 도래, 극우 정당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 혹은 포퓰리즘(populism)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통한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민주화와 민주주의 간의 괴리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과거 군부를 대신하는 검찰 권력의 집권과 대통령과 행정부의 입법 활동 무력화로 민주화는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선거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기제라는 버나드 마넹(Bernard Manin)의 말을 예로 들면서 "민주시민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면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제자,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장면. 좌측 순서부터 송재영교수,황정옥 부장,류홍번 좌장, 김동춘 교수, 이필구 총장
ⓒ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안산 YMCA의 이필구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전국민시넷을 중심으로 전국 토론과 사회적 합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시민사회 입장에서 추진, 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였고, 그 결과 어느 때보다 완성도 있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국회 소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도화에는 실패하였다"라면서 "정치 환경이나 제도에 기반해 지속가능한 민주시민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내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공동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정치 환경과 관계없이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고 연결되어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이런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토론자인 황정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학예연구실 부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해 온 것으로 평가받던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극우 정치가 득세하는 걸 보면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해 온 서구 민주주의 자체가 뭔가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란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황 부장은 "다양한 가치공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르지만 함께하기 위해서 사회통합을 민주적 방식으로 일구어낼 실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시민의 역량이 중요하기에 민주주의 국가는 시민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민주시민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토론을 마쳤다.

수원대 교수인 필자 또한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발생했다. 이후 개헌 논의에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의제 설정 요구를 하면서, 과거 독일 진보와 보수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이제는 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정파적 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로 민주시민교육에 있어 ▶ 강제 금지 원칙 ▶ 다양성과 토론의 원칙 ▶ 헌법적 가치의 원칙 ▶ 자치(self-government)와 자기지배의 원칙, 네 가지를 제안한 뒤 "대의제 정당정치에 종속되지 않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주권자 교육으로서 최소합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 서울시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 임지순 센터장은 "민주적 습관과 태도가 체득되지 않은 채 정치공동체에 참여하면 독단과 독선, 권력욕이 앞서 '최소 민주주의' 위기가 반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민주시민교육 접근 방식은 관념적이 아니라 경험적이어야 하며,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전환을 위해서라도 민주시민교육의 지향점과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하고 민주시민교육 교수방식을 체계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질의에 대한 종합적 의견으로 김동춘 교수는 "위기에 빠진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극복하려면 강한 민주주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참여와 숙의를 통한 시민정치교육이 없는 민주주의는 허약한 대의제로서 언제나 극우나 파시즘으로 돌변한다. 그것을 우리는 한국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목도하고 있다"라면서 민주주의 실질화를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였다.

장장 2시간 30분을 넘긴 토론회를 마감하면서 류홍번 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과 민주시민교육 전반적인 상황을 공유한 것 같고 향후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할 과제와 토론 주제를 보다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전체 토론회를 마무리하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수원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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