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책사, 태국서 26~27일 회담… "후티 문제 논의"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26~27일 만난다. 미국과 중국 정상의 외교 책사격인 두 사람이 회동하는 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 부장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전략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로 한 합의의 연장선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왕 부장이 태국 외교장관 초청으로 26~29일 태국을 방문해 설리번 보좌관을 만난다고 발표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양국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돌파구를 찾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9월 몰타에서 각각 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회담,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걸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 침입해 긴장감이 높아졌을 때도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이 홍해 항해 선박에 대한 공격에 나선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측에 후티 반군의 후원자인 이란을 압박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한 차례 성명을 내놓는 데 그쳤다. WSJ은 “미국 관료들은 이란과의 대화 창구로 중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3일 '후티 반군에 대해 중국이 압력을 가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중국이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이어 "중국은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미국이 이란 지도자들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중국은 이란에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홍해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긴장 고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당사자들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 선박에 대한 교란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법에 따라 홍해 항로의 안전을 공동으로 수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궁지에 몰리자 중국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홍해에서 아무런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좌절을 마주한 뒤 ‘중국이 비협조로 나온다’는 식의 여론전을 또다시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중국과 이란의 협력관계를 악마화했고 정상적인 거래조차 비판했다”며 “중동 상황이 악화하자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과 북러 간 군사협력 등 한반도 문제까지 논의될지 관심이 쏠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몇 달 안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 관계 밀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대만 총통 선거 이후 고조되고 있는 양안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 미 중간의 무역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걸로 보인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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