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용한 구금' 공포…40년 일한 英사업가도 돌연 사라졌다
영국 기업가 이언 스톤스는 중국서 40년 이상 일한 자타공인 중국통이다. GM·화이자의 현지법인 임원으로 일했던 그는 15년 전 베이징에 컨설팅회사를 세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그가 돌연 사라졌다. 외신들은 행방이 묘연하던 스톤스가 베이징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수 십년간 중국서 일하던 영국 기업인, 갑자기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톤스가 중·영 당국의 공개적인 언급 없이 중국 내 외국인을 수용하는 '베이징 제2 교도소'에서 현재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 취재 결과 그는 '해외에 불법으로 정보를 팔아넘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스톤스 측은 항소했지만, 지난해 9월 항소는 기각됐다.
딸 로라 스톤스는 WSJ에 "가족·영국 대사관 직원 모두 이 사건과 관련된 법적 문서를 열람하는 게 허용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 면회는 허용되지 않는 상태다. 청문회 방청도 단 1회 허용됐다. 로라 스톤스는 "아버지는 초반엔 건강했지만 열악한 의료 상태와 영양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한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원칙적으로는 영국인 수감되면 대사관 직원이 4~6주마다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게 되나, 이조차도 불허돼 6개월간 소식이 두절된 적도 있다.
외국인, 中 구금 우려 커져
이와 관련, 매체는 지난해 시행된 중국 반간첩법 개정안이 스톤스 사례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외국 기업과 개인 등을 불시에 조사할 수 있는 정부 권한을 강화하면서 외국 기업인의 신변 안전에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에 문호가 개방되던 초기, 중국서 활동했던 제롬 코헨 뉴욕대 미국-아시아 법률 연구소 명예소장(변호사)은 "중국 법률 시스템의 불투명성 때문에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체포·구금될 수 있고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 재계에 잘 알려진 외국인 사업가가 '조용한 구금'을 당한 현실은 공산당 통제 하의 중국에서 외국인이 사업할 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채 중국에 구금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한 석방단체는 200명의 미국 시민이 중국에 강제 구금됐다고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이후 자국민 17명이 중국 정보기관에 의해 구금됐다고 밝혔다.
1978년 中이주…업체등록 취소 수모
현재 70대인 스톤스는 1978년 중국으로 이주했다.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이 사망한 지 불과 2년이 지났던 이때, 중국에서 외국인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1980년대 화이자와 GM 등에서 임원으로 일한 그는 능통한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2000년대 후반 그는 유명 외국 기업가의 활동 수기를 모은 에세이집 '중국에서의 30년'에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개혁개방 초기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15년 전 베이징에 투자 컨설팅 회사 나비시노 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기업 '컨퍼런스 보드'의 중국 수석 고문을 겸하며 중국 국가 통계청·중앙 은행과 미국 기관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는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컨설팅업체는 현재 등록이 취소된 상태이며, 스톤스 개인과 회사 정보도 삭제됐다고 WSJ는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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