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무법자 마동석, '황야'의 선택과 실패
[김준모 기자]
▲ <황야> 포스터 |
ⓒ 넷플릭스 |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의 열기는 이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식어버렸다. 반면 또 다른 MCU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2023년 최고 흥행작 <범죄도시3>를 비롯해 마동석표 MCU는 극장가에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봄바람을 선물해주고 있다. 마동석의 넷플릭스 첫 주연작인 <황야>는 이 MCU의 봄바람이 넷플릭스에도 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던 영화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황야의 무법자로 돌아온 마동석이라 할 수 있다.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삼으며 마동석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 법과 원칙을 대신해 원초적인 힘이 모든 걸 지배하는 무법지대에서 마동석은 말 그대로 무법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악어를 잡는 모습부터 남산이라는 캐릭터는 마석도와는 다른 마동석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란 확신을 준다.
멸망한 세상에서 고기를 파는 남자 남산의 여정은 소녀 수나가 납치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죽은 딸에 대한 집착으로 생체실험을 반복하는 미치광이 의사는 안정한 보금자리로 사람들을 유혹해 아이들을 실험체로 사용한다. 이에 남산은 파트너 지완, 군인 은호와 함께 수나를 비롯한 아이들을 구하고 기수의 광기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이 모험이 지닌 가장 큰 힘은 역시나 장르 그 자체인 마동석표 액션과 유머다.
▲ <황야> 스틸컷 |
ⓒ 넷플릭스 |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보았듯 마동석이란 배우가 지닌 가장 큰 힘은 액션과 유머의 완급조절이 유려하다는 점에 있다. 긴장을 주고 푸는 리듬감을 형성하며 극적인 흥미를 자극한다. 마치 배트맨과 로빈 같은 관계성을 형성하는 지완과의 티키타카와 그간 MCU에서 보기 힘들었던 러브라인을 금붙이 누님과 형성하며 예기치 못한 코믹매력을 선사한다. 액션에 있어서는 고민이 돋보인다.
마동석이라는 한 명의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매번 선보여 왔다. <범죄도시> 1, 2에서는 원펀치로 대표되는 파괴력에 중점을 두었다면 <범죄도시 3>에서는 복싱액션을 통해 속도감을 더한 게 그 예이다. <황야>에서는 공간을 활용한 서부극의 요소를 새로운 무기로 내세운다. 총격 액션을 통해 서부의 무법자와 같은 마동석의 모습을 담아낸다.
▲ <황야> 스틸컷 |
ⓒ 넷플릭스 |
여기에 기수의 광기와 납치를 당한 수나가 빠져나오려는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안일함을 보여준다. 수나를 비롯한 학생들이 실험체로 이용을 당한다는 점은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들의 아픔과 고통을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헌데 이런 지점들을 강조할 만한 설정이나 사건을 만들지 않으면서 의미만 부여하는 단계에 머무른다.
수나가 아파트에서 겪는 사건들을 통해 기괴함이나 긴장감을 서사를 통해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다소 게으른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인 '황야'에 어울리게 무한한 상상력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했음에도 마동석의 액션과 유머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공백으로 남겨둔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주연배우의 매력만 각인되는 작품이다.
마동석표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황야의 무법자로 변신한 새로운 모습을 담아낸 <황야>에 열광할지 모른다. 다만 넷플릭스 X MCU의 특급조합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아쉬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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