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북클럽 3기] 온라인 '전자숲'의 하루, 우린 제대로 쉬고 있나요
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 3기입니다. <편집자말>
[장순심 기자]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명상과 요가를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과 대화로 시작하고 곧바로 유튜브 플랫폼을 연다. 요가, 음악, 퍼즐 등의 채널에서 다양한 '마음 챙김'을 실현하고 자신의 안녕함을 확인한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숏츠, 틱톡 등 심각하지 않은 경쾌함에 빠지다가 때가 지나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오롯이 온라인 전자숲에서의 하루. 전자숲은 휴식일까, 환상일까.
▲ SNS (자료사진). |
ⓒ 픽사베이 |
전시는, 디지털 사회 현대인들의 심신 평온 및 자기 성찰을 주제로 한 기획으로 현대인들이 피곤한 일상에서 평정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시도와, 평온함을 위한 현대인들의 노력이 전자 매체와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는 시도였다고 한다. 책은 "여러분은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그 노력은 괜찮은 시도였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문학적 고민과 통찰, 상상력이 펼쳐진다.
휴대폰이 대중에게 일상화되기 전, 나만은 휴대폰을 절대로 쓰지 않겠다 결심했더랬다. 결심이 무색하게 정말 말도 안 되게 우연히 휴대폰은 어느새 내 손에 쥐어졌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릴 때, 여차하면 내가 소멸될 것 같은 무서운 그 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겠노라고 고집했다. 5년을 넘게 쓰던 2G 폰의 수명이 다하고 나니 어이없이 스마트한 세상에 입문했다.
떠밀리듯 진입했지만 걱정은 잠시였다. 남들도 사는 세상 나라고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빠르게 수긍했다. 이후 키오스크를 빠르게 익혔고 폰뱅킹으로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했다. 메모장과 캘린더를 충분히 활용했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는 각종 앱을 두루 활용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SNS로 통했다. 전자숲에 잘 정착한 이주민이 된 듯했다.
애초에 원주민이었던 세대는 어떨까. 책의 부제이기도 한 서이제의 단편 <더 멀리 도망치기>에는 중독된 젊은 세 친구가 나온다. 그들은 술에 중독되고 담배에 중독되고 폭력에 중독되고 경마에 중독된다. 중독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중독이 필요하다. 폭력과 함께하면 무서울 게 없는 중독된 자들의 세상에서 '나'는 용기를 내어 도망치지만 도달한 곳은 유튜브 세상이다.
습관처럼 빠져드는 휴대폰 영상
책 속 '나'는 일을 구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친구의 빚을 갚아야 하고 묵묵히 지켜보는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지 못하는,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자책하면서도 습관처럼 휴대폰 영상에 빠져든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제 나는 일을 구해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다. 종의 외삼촌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만, 비로소 종과의 관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주한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서이제, <더 멀리 도망치기>)
▲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 책표지. 문학과지성사 × 국립현대미술관 시·소설 앤솔러지 |
ⓒ 문학과지성사 |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몰두한다. 그러나 몰입이 꼭 좋은 결말을 이끌지는 않는다. 어쩌면 애초에 몰입의 과정이나 시스템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과정과 시스템의 오류라면, 오류는 수정 가능한 것인가. 디지털 원주민인 '나'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가 될까.
오로라가 그 모습을 드러낸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그간 우리가 집단적으로 저질렀던 그 모든 멍청한 짓들, 미치광이들을 지도자로 떠받들며 반목과 투쟁과 전쟁과 살인에 몰두하고 돈의 노예가 되어 자연의 조화를 마구잡이로 파괴한 일의 결과겠죠.(김연수, <신의 마음 아래에서>)
미래가 어떨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인류의 미래가 하나의 인간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한 몸의 쾌락을 위해 인간은 모든 생물종을 착취한다. 어쩌면 지구의 종말은 인간의 자기 중심주의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며 과거지향적 생활 문화와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결국은 스마트 기기를 멀리하고 산이나 바다 등 자연 속으로 들어가 야생 그대로의 삶을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세상, 몸의 본능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에도 신의 마음은 개입했을까?
두 편의 이야기의 결말은 우울하다. 전자적 숲에서의 인간의 삶은 불안정하다. 그곳에서의 휴식은 근본적이지 않다. 정상적인 일상으로 이끌지도 못한다. 지친 일상에서 인간은 쉽게 전자적 숲과 결탁하지만 그 결과는 공허하고 허무하며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킬 뿐이다.
피로를 넘어 소진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전자적 숲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방에서 탈출하기, 못해도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기, 많이 걷기, 안 해본 것 해보기, 마음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걷어 차기. 생각이 피로가 되지 않도록 몸을 지치게 하기.
인간의 마음은 육체의 움직임을 동반해야 한다. 이미 지나온 세계는 돌이킬 수 없을지라도 디지털 기기와 소통하는 만큼 오프라인 소통으로 균형을 잡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문득 잠에서 깨었을 때 비워진 무덤 같은 얼굴'(김리윤, <조명하지 않는 빛>)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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