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식비 50만원 이상' KK 미니캠프로 준비 끝…오원석의 다짐 "규정이닝+12승"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김광현 후계자'로 관심을 모았던 좌완 영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올해로 프로 5년 차가 된 오원석(SSG 랜더스)의 이야기다.
2020년 SK(현 SSG) 1차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한 오원석은 첫해 1군에서 8경기밖에 나오지 못했으나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불펜에서 시즌을 맞이한 그는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의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선발진에 가세했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사실상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오원석은 2021년 33경기 110이닝 7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5.89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선발보다 불펜으로 나오는 날이 많아졌지만, 오원석는 보직에 관계없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2022년에는 전반기 내내 로테이션을 돌았고, 7월 말 이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31경기 144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4.50. 또 오원석은 그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면서 데뷔 첫 가을야구 선발 등판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3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5⅔이닝 5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오원석의 호투에 탄력을 받은 SSG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시즌을 마쳤다.
오원석은 지난해 28경기 144⅔이닝 8승 10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이전 두 시즌과 비교했을 때 성적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평균자책점도 높았다. 볼넷 개수가 2022년 58개에서 69개로 증가한 반면 탈삼진 개수가 112개에서 88개로 하락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오원석의 부진은 선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활한 마운드 운영을 위해 그의 반등을 기다린 SSG는 큰 고민과 함께 가을야구를 시작해야 했는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김광현을 1~2차전 선발로 내세우고도 2연패를 당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던 SSG는 오원석에게 3차전 선발 중책을 맡겼지만, 결과는 1⅓이닝 5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5실점. 마운드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SSG는 3연패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반전 없이 시즌을 마친 오원석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을 만난 오원석은 "한 번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너무 확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만족스러운 경기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고 2023년을 복기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오원석이지만, 시즌 종료 이후 국제대회 경험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11월 17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선발 이의리(KIA 타이거즈)에 이어 7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오원석은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도쿄돔이 '일본 야구의 성지'인데, 마운드에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보면서 기각적으로도 얻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준비 기간에 컨디션이 계속 올라오지 않아서 많이 걱정하기도 했는데, 무사히 등판을 끝내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대회 이후 충분히 휴식을 취한 오원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프링캠프에 앞서 김광현과 함께 약 2주간 미니캠프를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오원석뿐만 아니라 백승건, 신헌민, 이기순, 이로운까지 5명의 후배 투수가 김광현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오원석은 "너무 감사하다. 선배들과, 또 동료들과 생활하고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가족 같기도 했고,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하루 식비만 무려 50만원 이상이 나왔다는 후문. 하지만 모두 김광현의 몫이었다. 오원석은 "우리가 너무 잘 먹어서 선배님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고기, 카레, 규동 등 메뉴가 다양했다"며 "선배님께서 이것저것 사주시는데 우리가 잘 먹는 게 선배님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선배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스프링캠프 준비를 마친 오원석은 1차 캠프 장소인 25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현지 적응 및 자율 훈련을 위해 이숭용 감독, 김광현, 최정, 한유섬 등과 조기 출국했다. 그는 "플로리다까지 너무 멀긴 한데, 올핸 선발대로 가게 되면서 괜찮을 것 같긴 하다. 구종 등 부족했던 것들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3년간 꾸준히 기회를 받은 오원석은 올해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다만 이숭용 감독은 "선발진은 일단 (김)광현이까지 거의 확정이라고 보면 된다. (오)원석이가 (다른 투수들보다) 위에 있긴 하지만,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오원석이 경쟁자들보다 선발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해도 확실하게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게 사령탑의 의견이다.
오원석은 "프로는 항상 경쟁해야 하고 당연히 그렇게 경쟁을 거쳐 선발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잘 준비하면 될 것 같다. 자신감은 있지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어 "항상 두 자릿수 승수를 목표로 잡았는데 3년째 이루질 못해서 올핸 정말 간절하다"며 "솔직히 승보다는 이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3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또 그동안 10승이 목표라 맨날 7승, 6승, 8승 이렇게 멈췄던 것 같은데 올핸 12승을 목표로 설정하려고 한다. 그러면 10승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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