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폴리코노미 시대의 도래

세종=이지은 2024. 1.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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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기자들의 모임에 요즘 자주 오르는 화제 중 하나는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와의 당내 경선에서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한국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외적 요인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전 세계적인 폴리코노미의 광풍 속에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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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당선될 때를 대비해서 올해 예비비를 예상보다 더 넉넉하게 편성해야 하는 거 아닐까?"

기획재정부 기자들의 모임에 요즘 자주 오르는 화제 중 하나는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와의 당내 경선에서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아직 경선 과정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은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 간의 '리턴 매치' 예상이 지배적이다. 바이든과의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트럼피즘'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한국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의 방위비 협정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10차 협상 때는 미국 측이 50%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결국 협상이 결렬돼 해를 넘겼고, 예비비마저 동원된 바 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한미가 방위비 협상을 올해 조기 착수하며 트럼프 시대를 대비한다는 기사도 나오지만, '트럼프 리스크'를 완벽하게 회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이른바 '폴리코노미(Policonomy)'의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이는 비단 트럼프 때문만이 아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를 담은 개정안이 25일 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좌절된 사례다. 이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텐데, 영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법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건설·제조업체뿐 아니라 5인 이상 사업장이기만 하면 적용돼, 직원이 치킨을 튀기다 다쳐도 치킨집 사장이 책임을 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잖아도 얼어붙은 경제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더욱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더 남아있다. 새해 정부가 마련한 경제정책방향이 국회에 막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연구개발(R&D) 투가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 한시 상향, 세컨드홈 구매 세제 혜택, 상반기 카드소비 증가분 20% 공제, 전통시장 소비 공제율 상향(40%→80%) 등은 모두 입법 사안이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가 계획한 대로 순탄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2월 임시국회는 열릴 전망이지만, 이 입법 사안들을 논의할 기획재정위원회가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카드소비 공제, 전통시장 공제 등은 민생 관련 사안이라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기업 R&D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폴리코노미는 한 번 시작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경제에 지속해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대외적 요인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전 세계적인 폴리코노미의 광풍 속에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정치와 경제 주체들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무산으로 인한 혼돈은 어쩌면 폴리코노미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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