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발 늦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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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허용하면 바로 내일부터라도 할 수는 있어요. 배송 차량만 섭외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새벽배송이 과연 사업성이 있느냐를 따져 봐야합니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동안 새벽배송을 금지한 데 대해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기존의 점포를 활용할 수 있지만, 대규모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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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허용하면 바로 내일부터라도 할 수는 있어요. 배송 차량만 섭외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새벽배송이 과연 사업성이 있느냐를 따져 봐야합니다."
정부가 현재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10년 넘게 금지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허용되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동안 새벽배송을 금지한 데 대해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이 같은 규제를 풀어준다는 정부의 발표는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시큰둥하다. '인제 와서 굳이'라는 반응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쿠팡이 선보인 로켓배송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벽배송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소비자들의 수요도 크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만 20~59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점포가 새벽배송을 제공할 경우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9명(88.8%)이 '그렇다'고 밝혔다. 특히 새벽배송에 불가한 지역에선 새벽배송을 원한다는 답변이 84%나 달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사업성에 대해 비관적이다. '이미 쿠팡과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쿠팡이 6조원 넘는 예산을 들여 전국 방방곡곡에 구축한 물류망을 대형마트가 따라잡기는 늦었다고 보고있다.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기존의 점포를 활용할 수 있지만, 대규모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대형마트가 무리하게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던 후발주자들은 서비스를 축소 중이다. 이마트 계열사 SSG닷컴은 2022년 대전 등 충청권 새벽배송을 종료하고 수도권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자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10여년 전 평균 구속이 시속 150㎞ 우완 투수(대형마트)가 평균 구속 130㎞의 리그 투수들(골목상권)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왼손으로 공을 던지게 했다. 그 사이, 신인급이던 한 선수(쿠팡)는 성장을 거듭해 시속 160㎞를 넘나드는 속구에 150㎞에 이르는 포크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그러자 공정 경쟁을 위해 왼손만 쓰게 하던 우완 투수에게 다시 오른손으로 던지라고 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완화가 딱 이런 상황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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