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언급한 대통령, 공정을 돌아보다
[용인시민신문 윤장렬]
며칠 전 한국 언론에서 '금투세 폐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란 주식이나 펀드로 얻은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해 첫 증권시장에 대통령이 참석해 내년부터 시행될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되어야 하며", "저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은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사들의 논평을 보면, 이번 결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며, 정부 부처 간의 논의도 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판에 동의합니다.
이번 정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일방적이며, 이해타산적이기 때문에 선거용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공정한 자본시장"을 주장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 특히 '저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입니다.
미국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정치적 용어로 자주 사용한 대통령은 레이건입니다. 그는 공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자유경쟁을 선호하면서 아메리칸드림을 정치화했습니다.
그런데, 그럴싸해 보이는 "공정"과 "자유"에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능력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공정하니까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개인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줄어들고, 복지정책마저 축소됩니다.
그 결과, 미국은 돈이 없으면 병원이나 학교도 못 가는 불공정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레이건은 영국의 대처 수상과 함께 신자유주의, 즉 민영화, 세계화, 독점화를 강행한 역사적 위인입니다.
최근 독일 언론에서는 전혀 다른 "공정"의 의미를 접하게 됩니다. 독일 최대 언론사 Axel Springer는 세계 최초로 오픈AI와 협력해 저널리즘의 자동화를 상용화했습니다.
잘 알려진 ChatGPT는 미디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산, 전달하며, 비즈니스 모델까지 제시합니다. ChatGPT 기술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저널리스트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기자협회(DJV)는 Axel Springer에게 AI 기술을 통해 얻은 이익 일부를 "공정하게" 기자들에게 전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왜냐하면, AI가 학습한 기존의 데이터는 모두 기자들이 제공한 지적 결과물에서 재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돈이 돈을 벌게 하는 불공정한 자본시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1400만 명이 주식을 하고, 부동산 투기나 로또를 통해 인생 역전을 기대합니다.
젊은이들은 건물주가 되길 희망하고, 직장을 관두고 유튜버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 대박 날 요행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에 해당합니다. 즉 노동의 대가로 얻는 근로소득이 아닌 이외의 자본소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근로소득보다 이자, 배당, 부동산 및 금융거래를 통해 얻는 자본소득에 더 큰 관심을 둡니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도 능력이며, 콘텐츠 하나 잘 만들기도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이런 반론은 공정한 소득이 무엇인지, 또 생산적인 노동이 무엇인지 무감각해진 우리의 현실이며, 불로소득을 정당화하고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주장입니다.
우리는 공정이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슬로건을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공정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 이미 불공정한 우리 사회를 주시해야 합니다.
특히, 공정의 의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기계가 사람을 위해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로봇이 사람의 직장을 빼앗는 게 아니라, 로봇이 사람을 위해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동차의 자동주행 기술은 운전 노동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AI의 저널리즘은 기자의 노동환경을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공정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적으로만 소유하려고 합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능력주의 시장에서는 공동소유나 공공혜택이 낯설게 보입니다.
상위 10%가 세계 소득 50%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 7억 명가량이 기아와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의 빈부가 공정한 경쟁이나 노력의 결과는 아닙니다.
▲ 윤장렬(언론학 박사) |
ⓒ 용인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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