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울린, 제주 청소년들의 제주 4.3 뮤지컬
[이임주 기자]
제주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길게는 1년, 짧게는 한 학기동안 인권평화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실천하며 깊이 있게 배워가는 배움의 시간이다. 그 배움의 시간들을 뮤지컬이라는 예술 장르를 통해 몸과 마음으로 표현해 내며 배움의 깊이를 더해 간다.
▲ '빗창' 만화작가 김홍모 선생님의 강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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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유가족이자 생존자 고완순할머니께서 자신의 그림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고 계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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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 4.3과 관련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발제를 하고 나누며 더욱 깊이 있게 제주 4.3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든 계획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주체적인 과정들의 배움을 담아 학생들이 즐겨읽던 제주 4.3 만화 '빗창'을 중심으로 창작 뮤지컬을 기획했다.
"통일 독립 허자는데 좌익이 어디있고, 우익이 어디있소?"
뮤지컬을 연습하며 점점 자신의 역할에 감정이입이 되는 학생들은 가끔 연습 중에 자신의 친구가 죽었다며, 너무 슬퍼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코끝이 찡해졌음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이따금 아이들의 대사 속에 "통일 독립 허자는데 좌익이 어디있고, 우익이 어디있소?"라는 힘있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동백친구들은 머리로 역사를 배우기 보다 가슴으로 온몸으로 그 시대 서민의 삶을 느끼며 배우고 있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평범했으며, 그래서 얼마나 아픈 역사였는지, 얼마나 많은 동무들을 잃었는지… 그 시대를 잠시 느껴보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삶인가를 배워가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 제주에서 펼쳐진 제주4.3 뮤지컬 '빗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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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극단 '화야'에서 지도 및 연출을 맡아 진행되었다. 십대의 아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명 한명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제주 교육청 관계자부터 제주도민들까지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주었다. 연습하는 내내 제주 4.3을 몸과 마음으로 진정성있게 표현하며 눈물을 흘린 동백친구들은 발표 당일 그 공간에 존재했던 모든 이들과의 연결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 4.3항쟁은 우리에게 그렇게 다시 기억되었고, 차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픈 시간은 마치 슬픈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 같기도 했다.
▲ 극중 '민주'의 배역을 맡아 진정성있게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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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아닌 '항쟁'으로써의 제주 4.3
'빗창'의 작가 김홍모 선생님은 보는 내내 많이 울어서 소감을 나누던 중 계속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김홍모 작가의 소감 중 일부이다.
▲ '빗창' 뮤지컬 중 한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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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친구들은 진정한 역사의 현장에 머물렀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제주 4.3을 기억하며 나아가야 할지 몸과 마음으로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학생들을 입시경쟁의 지옥으로 몰아넣기 전 4.19도 5.18도 가장 먼저 앞장선 그 시대의 운동주체는 십대들이었다. 70년대 말 즈음 사라지게 된 십대의 학생운동이 다시 힘찬 열기로 되살아난 느낌이기도 했다. 참으로 용감하고 멋진 이 시대의 주체적인 십대들이었다. 그저 지식적인 배움에서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과 시대적 가치를 나누며 나아가는 진정한 교육운동의 장이며,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아름다운 기록이었다.
소중한 시민의 후원금으로만 펼쳐질 '빗창'뮤지컬 앵콜공연
이후, 한 번의 무대로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뮤지컬이라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모아 앵콜 무대를 기획했고, 기적처럼 소중한 시민들의 기금이 마련되어 오는 1월 28일 오후 4시 일요일 서울 하자센터 신관 4층 '하하허허홀'에서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 오는 1월 28일에 펼쳐질 '빗창'뮤지컬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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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는 학교이다. 현재 2024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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