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 한도 ‘3배→5배’…부경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부경법 개정안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5배'로 강화 등
고강도 기술·아이디어 탈취 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 행정적 구제 지원 강화도 포함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늘리는 등 고강도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담은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특허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고강도 대책 추진에 힘을 얻게 됐다고 26일 밝혔다.

통과된 부경법은 정부 및 여야가 협력해 추진한 입법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의 위협 요소를 제거하고 건전한 기술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내용은 범죄행위에 대한 억제 및 처벌 강화와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적 구제 수단 강화 및 보호의 법적 공백 영역 해소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5배로 강화된다.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또 법인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법인의 벌금형을 현행 규정의 최대 3배까지 강화한다고 특허청은 강조한다.

특허청 제공

기존 전체 영업비밀 침해 범죄 중 법인체 가담(비율)은 2017년 1.5%, 2018년 1.6%, 2019년 1.8%, 2020년 1.6%, 2021년 1.6%를 차지했다.

특히 부경법 위반 범죄에서의 법인체 가담(비율)은 2017년 33.9%, 2018년 30.2%, 2019년 41.9%, 2020년 36.3%, 2021년 29.2% 등으로 영업비밀 침해 범죄보다 법인체 가담이 빈번한 것으로 집계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 등에 관한 법인의 벌금형을 강화한 것은 이러한 실정을 고려한 조치다.

영업비밀 침해 물품은 물론 제조설비까지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도입한 것도 개정안에서 눈여겨볼 지점이다. 제조설비 등의 몰수는 침해 물품 유통에 따른 2차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부정경쟁행위에 따른 행정적 피해 구제도 강화된다. 아이디어 탈취 등 부정경쟁행위가 발생(인지)했을 때 특허청이 우선적으로 행정조사 를 진행한 후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그간 특허청은 행정조사를 통해 부정경쟁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시정권고 및 공표를 하는데 그쳐, 부정경쟁행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례로 2023년 12월 기준 특허청의 시정권고를 받은 15건 중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건수는 5건(33%)에 이른다. 시정권고만으로는 현장에서의 부정경쟁행위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정안에는 부정경쟁행위 피해자가 특허청 행정조사 자료를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 과정에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원이 요청하는 경우 조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된다. 민사소송에서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부정 취득·사용·누설 등 전통적인 영업비밀 침해행위 영역을 벗어나, 해킹 등에 의해 영업비밀이 훼손·삭제된 경우도 부경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는 최근 해킹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영업비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 조치로, 앞으로는 영업비밀을 부정한 목적으로 훼손·삭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개정안은 빈번해진 영업비밀 해외유출 사건과 아이디어 탈취 등 부정경쟁행위 사건에 특허청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특허청은 개정안을 토대로 산업현장에서의 기술탈취, 영업비밀침해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기술보호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