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차 태워준다며 은밀한 요구…제주 '픽업남' 주의보

"여성 학우 안전 위해 대화 내용 공개"
같은 일 당했다는 경험담 다수 올라오기도

최근 제주에 발생한 폭설로 대학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한 여대생들을 상대로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며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제주대 학생 A씨는 지난 23일 밤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세상 무서운 일이 많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며 학우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게시글에서 A씨는 같은 대학 구성원으로 추정되는 신원 불명의 B씨가 올린 낚시성 글과 그 이후 그와 주고받은 쪽지 등의 내용을 공유했다. 에브리타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 플랫폼으로, 해당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만 이용 가능한 학내 커뮤니티 개념의 앱이다. 예컨대 제주대학교 학생이라면 제주대학교 커뮤니티에서만 글 올리거나 읽을 수 있다.

최근 제주에 발생한 폭설로 대학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한 여대생들을 상대로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며 유사 성행위를 요구한다는 제보가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가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3일 밤 9시 40분쯤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오늘 택시 없어서 묶이신 분'이라는 제목의 익명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자신의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것이다. 제주대학교는 제주에서도 고도가 높은 중산간 지역에 있어 폭설이 내릴 경우 택시를 이용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대학교가 있는 제주 중산간은 이날 낮부터 일찌감치 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실제 비슷한 시각 해당 게시판에도 폭설로 택시가 없다며 걸어서 학교까지 가야겠다는 푸념 글이 많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용기를 내 B씨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바로 차를 태워주는 조건으로 유사 성행위를 요구한 것이다.

차를 태워주겠다며 유사 성행위 요구한 픽업남

제주에 많은 눈이 내린 23일 제주시 1100도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가 돈을 주거나 따뜻한 음료를 사가겠다고 하자 이를 거절하고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히 B씨와 실제 만남이 이뤄지기 전,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요구가 있었고 A씨는 단박에 이를 거절했다. 더욱이 B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건 맹세코 요구 안 한다', '본인은 성병이 없고 얼마 전 받은 성병 검사지도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도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이 글에서 "공익을 위해 작성한 글이다. 저는 방학이라 육지에 와 있다"고 전제하며, 특히 여성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즉, 차량이 실제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B씨와의 대화를 이어간 것이다. 실제 A씨가 글을 올린 시각은 23일 10시 56분이었다. 이는 A씨가 B씨에게 최종 거부 의사를 밝힌 지 2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글 말미에 A씨는 "여성분들 아무 차나 타지 마세요. 그냥 피시방 가서 밤새거나 숙소를 잡는 걸 택하세요"라며, "세상 무서운 일이 많네요"라고 덧붙였다.

이 글이 공유되자 해당 게시판에는 본인도 같은 일을 당했다는 경험담과 이러한 행위를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이 게시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24일 오전엔 본인도 같은 사례를 겪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글쓴이인 본인 외에도 같은 일을 겪은 한 명을 찾았다며 신고할 사람은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반면, 이 일을 언급한 다른 글에는 "남녀 안 가리고 태웠고, 대가 안 바랐고 먹고 마시는 거 다 거절하고 태워드렸는데 (B씨 때문에) 이제는 못 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최재호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자세한 내용은 살펴봐야 알겠지만 우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통신 매체 이용 음란죄(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신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