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장으로 늘어난 아시안컵 경고 트러블, 16강 그 다음은?

심재철 2024. 1.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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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아시안컵 E조] 한국 3-3 말레이시아

[심재철 기자]

▲ 아쉬워하는 손흥민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나자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적인 센터백이라고 자랑하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꼬박꼬박 선발로 내보냈으면서도 게임을 거듭할수록 실점이 하나씩 늘어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이런 수준으로 6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린다는 것은 허풍에 불과한 것 아닐까? 이런 수비력이기에 16강 상대 팀을 일본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한국 축구팬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5일(목) 오후 8시 30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E조 세 번째 게임에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알아서 해줘' 축구는 이제 그만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게임 운영이 필요했다. 이미 일곱 장의 경고 트러블에 걸린 우리 팀은 '황인범, 김민재, 조규성, 손흥민' 네 선수가 노란 꼬리표를 달고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노란색 걱정이 19분 만에 한 장 더 늘어났다. 위험 지역이 아니었지만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이 거친 태클로 칼리드 살레 알 투라이스(사우디 아라비아) 주심으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2분 뒤에 이강인의 왼쪽 코너킥 크로스를 정우영이 헤더 골(21분)로 넣어 우리 선수들은 전반을 1-0으로 끝냈다. 전반 기록으로 슛은 물론 코너킥 숫자도 0으로 찍힌 말레이시아가 후반에 놀라운 역습 전술을 펼치고 나올 것이라고는 그때까지 몰랐다.

51분에 말레이시아의 대회 첫 골이 기막히게 들어갔다. 우리 미드필더 황인범이 쓰러지며 공을 빼앗기는 아쉬운 장면이 나왔지만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서도 파이살 할림의 오른발 골은 그대로 인정된 것이다. 아리프 아이만의 1차 슛을 김민재가 놀랍게도 막아냈지만 그 다음 파이살 할림의 이동 드리블은 골키퍼 조현우도,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김영권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아무래도 경고 트러블에 걸린 김민재의 태클 범위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축구팬들은 최근 우리 대표팀의 불안한 게임 운영을 두고 "손흥민이 해줘. 강인이도 해줘"도 모자라 "김민재가 다 막아줘"라는 허탈한 농담을 주고받는데 이 게임도 딱 그 수준이라는 사실을 후반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동점골을 내주며 조급한 마음까지 보인 우리 선수들은 58분에 왼쪽 풀백으로 뛰는 설영우의 위험한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이 순간 발목이 걸려 넘어진 아리프 아이만이 직접 오른발 페널티킥(62분)을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어 2-1로 점수판을 뒤집어 버렸다. 

부상자가 겹치고 있는 풀백 자원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설영우까지 경고 트러블에 걸릴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83분에 우리 축구팬들이 그토록 바라는 "강인이가 해줘"가 실현됐다. 자신이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를 기막힌 왼발 감아차기로 꽂아 넣은 것이다. 

후반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교체 선수 황희찬의 얼리 크로스를 향해 달려든 오현규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바람에 우리 선수들은 다시 게임을 뒤집어낼 수 있었다. 이 중요한 페널티킥(90+4분) 기회를 손흥민이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차 넣어 3-2 펠레 스코어가 완성된 것이다. 

공지된 추가 시간 12분도 다 끝날 무렵 양팀 벤치에서는 마지막 교체 카드를 한 장씩 더 내밀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노란 꼬리표를 새로 붙인 이재성을 빼고 바레인과의 첫 게임에서 경고 1장을 받은 박용우를 들여보냈고, 말레이시아 김판곤 감독은 로멜 모랄레스를 들여보낸 것이다. 

얼핏 보면 다 끝난 게임에 특별하게 의미 없는 교체로 보였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극장 동점골이 한국 골문을 흔든 것이다. 추가 시간 14분에 이르러 로멜 모랄레스의 오른발 슛이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간 것이다. 조현우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쳐내지 못했다. 모랄레스와 같은 시간에 교체로 들어간 박용우가 지켜줘야 할 중원은 큰 구멍이 또 생겼고 위험 지역 우리 수비수들은 경고 트러블을 두려워한 것인지 상대 선수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했다.

결국 우리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를 들었고 D조 1위 일본과의 16강 대결을 머릿속에서 그리다가 그 상대 팀이 갑자기 F조 1위로 바뀌는 황당한 경험을 한 셈이다. 

F조 1위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력하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드러난 심각한 수비 문제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핵심 선수들(살렘 알 도사리, 살레 알 셰흐리, 모하메드 칸노)을 제대로 밀어낼 수 있는지 걱정이다. 

조별리그 게임을 거듭할 때마다 실점 숫자를 하나씩 늘려 나간 수비 조직력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고 트러블이다. 클린스만호는 지금까지 3게임을 치르며 무려 여덟 명(DF 김민재, 이기제, MF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 FW 오현규, 조규성, 손흥민)이 경고를 각 1회씩 받았다. 

이들 중 '김민재, 황인범, 이재성, 조규성, 손흥민'은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 먼저 내보내야 할 베스트 11 핵심 멤버이기 때문에 16강 토너먼트를 뛰어넘어 더 긴장될 수밖에 없는 8강 이후 일정까지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여 뭐든지 다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감독이 설계한 플랜에 따라 탄탄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다.

2023 AFC 아시안컵 E조 결과
(1월 25일 오후 8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 - 알 와크라)

한국 3-3 말레이시아 [골-도움 기록 : 정우영(21분,도움-이강인), 이강인(83분), 손흥민(90+4분,PK) / 파이살 할림(51분), 아리프 아이만(62분,PK), 로멜 모랄레스(90+14분,도움-파울로 조슈에)]

한국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손흥민, 조규성(62분↔황희찬)
MF : 정우영(75분↔오현규), 황인범(62분↔홍현석), 이재성(90+11분↔박용우), 이강인
DF : 설영우(75분↔김진수), 김민재, 김영권, 김태환
GK : 조현우

말레이시아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파이살 할림(84분↔샤메르 쿠티 아바), 대런 로크(73분↔파울로 조슈에), 아리프 아이만(84분↔아크야르 라시드)
MF : 라베레 코르빈-옹, 스튜어트 윌킨, 브렌단 간(90+11분↔로멜 모랄레스), 다니엘 팅
DF : 도미닉 탄(84분↔주니오르 엘드스탈), 디온 쿨스, 샤룰 사드
GK : 시한 하즈미

E조 최종 순위
1위 바레인 6점 2승 1패 3득점 3실점
2위 한국 5점 1승 2무 8득점 6실점 +2
3위 요르단 4점 1승 1무 1패 6득점 3실점 +3

4위 말레이시아 1점 1무 2패 3득점 8실점 -5

16강 대진표(1월 25일 현재)
호주 - CD조 3위 (1월 28일 오후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타지키스탄 - 아랍에미리트 (1월 29일 오전 1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이라크 - EF조 3위 (1월 29일 오후 8시 30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카타르 - CE조 3위 (1월 30일 오전 1시, 알 바이트 스타디움)
우즈베키스탄 - F조 2위 (1월 30일 오후 8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
F조 1위 - 한국 (1월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바레인 - 일본 (1월 31일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
이란 - 시리아 (2월 1일 오전 1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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