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몇달내 韓에 치명적 군사행동…연평도 포격 이상 가능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몇 달 내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무력시위와 대남 적대 발언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경보음이다.
존 파이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포럼에서 “북한이 최근 매우 부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훨씬 뛰어넘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그가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도 이날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공개적인 대남 적대적 정책을 편 이후 앞으로 몇 달 안에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당국자는 “김정은의 최근 공개 선언은 이전보다 더 공격적이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이들은 “한반도에 전면전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김정은이 급격한 확전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며 14년 전 연평도 포격 사례를 들었다. 2010년 11월 24일 북한은 개머리해안과 무도에서 한국 민간인 거주지역 연평도를 겨냥한 170여 발의 포격을 가해 해병대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약 20명의 군ㆍ민이 다쳤다. 한국군 해병대가 K-9 자주포를 대응 발사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가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수십 대의 전투기가 서해5도 제공권을 장악한 뒤 포격전이 멈췄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김정은의 핵ㆍ전쟁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핵 능력 등 군사력의 지속적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의 지도자가 쓴 수사(修辭)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내 권위 있는 대북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칼린 미들벨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트 헤커 박사로부터 “김정은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면서 “지난해 초부터 북한 매체에서 나오는 전쟁 준비 메시지는 전형적인 허풍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2019년 하노이 북ㆍ미정상회담 때 협상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기했다고 짚었다. 칼린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2021년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례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 당국자들은 이를 미국의 글로벌 후퇴로 본다”고 NYT에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위해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양국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이 곧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열흘 만인 24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했다고 공개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대 통일 유훈인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새 헌법에서 한반도 전체를 북한 영토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흡수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NYT는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 정부 기관은 북한이 전투나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 징후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관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구형 포탄과 최신 탄도미사일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과의 장기적 분쟁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NYT에 말했다.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도 “김정은이 실제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25일 칼럼에서 “김정은의 최근 불같은 수사와 위협은 푸틴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 강화라는 진짜 목표를 두고 서방과 북한 주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김정은은 워싱턴ㆍ서울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대신 북한의 돈과 산업을 무기사업에 쓰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시 로긴은 “미 정부가 창의적인 대북 정책이 없는 듯해 안타깝다”며 “한국ㆍ일본과의 관계 강화 등 동맹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지난달 물러난 성 김 대북특별대표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러시아 지원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러ㆍ북 관계를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이란 등 국가들의 지속적인 지원은 실제로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고 그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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