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SOS]지난해 극단적 시도 1000건 넘었다

임춘한 2024. 1. 2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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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소방본부 출동건수 1035건
SOS 상담전화 절반 10~30대
정부 주요 대책 20·30 초점

정부가 10년 안에 자살률 5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지난해 한강 다리에서의 극단적 시도가 10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상담자 절반 이상은 10~30대였는데, 20·30대에 비해 10대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OS생명의전화.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5년간 'SOS생명의전화' 상담 2426건

26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한강교량 자살 시도로 인한 출동 건수는 지난해 103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소방의 출동 건수는 2019년 504건, 2020년 474건, 2021년 626건, 2022년 1000건 등 해마다 느는 추세다.

반대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생명보험재단)에서 운영하는 SOS생명의전화의 상담 건수는 감소했다. 연도별 상담·구조 건수는 2019년 633건·202건에서 2020년 510건·198건, 2021년 466건·202건, 2022년 449건·144건, 2023년 368건·105건으로 줄었다.

SOS생명의전화는 2011년 7월부터 설치돼 현재 한강 교량 20곳에 75대가 운영되고 있다. 전화상담으로 위기 상황에 대응하며, 유사시 119구조대·수난구조대·경찰과 협력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상담 전화를 건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최근 5년간 연령별 상담 비율은 10대(11%), 20대(32%), 30대(9%), 40대(3%), 50대(2%), 60대 이상(1%), 불명(42%) 등이었다. 성별로는 남성(59%), 여성(31%), 불명(10%)으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9시~0시(24%), 0시~오전 3시(24%), 오후 6시~ 9시(17%), 오전 3시~ 6시(15%) 등 밤·새벽 시간대가 많았다. 교량별로는 마포대교 757건(31%), 양화대교 318건(13%), 한강대교 175건(7%), 광진교 123건(5%), 잠실대교 111건(5%) 등 순이었다.

상담내용은 무력감·외로움 16%, 우울증·불안 15%, 가족 문제 13%, 대인관계 12%, 경제문제 10%, 진로·학업 10%, 성 문제 1%, 기타 24%였다. 한 상담자는 “열심히 취업 준비 중인데 취직이 너무 힘들다”며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저 혼자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지내고 있는데 생활비도 감당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담자는 “신용이 좋지 않아 대출받기도 어렵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20·30대 초점…청소년 자살 급증

우리나라의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청년층 정신 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10년 안에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주요 정책을 보면 청년층 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 심리상담 서비스 확대 등 대부분 20·30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대로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은 부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가 실시되고 있으나 실효성 논란이 있다. 문항 수도 적고, 실제 위기 학생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비판이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초·중·고교에 기존 검사를 개선한 '마음이지검사'를 도입할 예정이다. 교사가 학생을 관찰해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학부모 동의를 얻어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외부 노출, 상담 기록 등 우려를 극복하고 제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공공 차원의 청소년 자살 예방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예방 상담 '109번',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상담 ‘1388’을 운영하고 있지만, 청소년 자살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은 크게 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자해·자살을 시도한 10대는 2018년 인구 10만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급증했다.

민간에 기댄 청소년 상담…"장기적 대책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 자살 상담은 사실상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다. 청소년종합상담시스템 ‘다들어줄개’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8만894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상담유형별로는 지난해 기준 대인관계(2만21건), 학업·진로(7154건), 가족 갈등(7070건), 폭력·학대(1180건), 성·중독(995건), 기타(1만8118건) 등으로 집계됐다.

청소년고민나눔플랫폼 ‘힐링톡톡’은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14만3550명이 이용했다. 이곳에서는 청소년에게 친숙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10대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공감적 대화의 지지체계와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고위험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감정가게’는 좋은 감정 사기, 나쁜 감정 팔기, 감정 카드 보내기 등 게임 형태의 콘텐츠로 긍정적인 감정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청소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며 “학교에 상담 기관이 있어도 아이들이 낙인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가지 않는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상담센터와의 연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충동·학교 폭력 등 학교 내부와 외부 기관 조사 사이에는 10배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노출될까 봐 숨기는 경향이 많다”며 “학교 차원의 전수조사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암수율(숨겨진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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