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추락한 포로 수송기, 발견된 시신 5구뿐…러시아 설명하라"

최서인 2024. 1. 2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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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한 수송기 추락·사망 사고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숫자를 놓고 '포로 65명을 수송 중이었다'는 러시아 측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장 시신 5구뿐…74명 발표한 러시아는 설명하라"

러시아 정보 당국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송기 추락 사고의 잔해. AP=연합뉴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CNN에 "러시아 군 수송기 추락 현장에서 인근 영안실로 이송된 시신이 5구뿐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에 러시아 측이 제시한 시신 수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파악한 수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에 대해 "수송기가 포로들을 태운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포로 65명과 러시아 군인 3명, 승무원 6명을 태운 수송기가 접경 지대인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격추를 받아 탑승자가 전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발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침묵을 지키다 사고 후 몇 시간이 지나 "오늘 포로 교환이 예정돼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추락한 수송기에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와 관련해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보 당국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송기 추락 사고의 잔해. AP=연합뉴스


미콜라 올레슈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의 선전은 국제 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신용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로, 가짜 정보를 외부에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러시아 당국은 지금까지 여객기에 포로들이 타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시각적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예비 조사 과정에서 현장에서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발표한 영상 속에는 비행기 잔해 뿐 유해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블랙박스 발견…의혹 풀 열쇠 될까

2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인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수송기가 추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사고를 놓고는 호송 요원 숫자를 근거로 러시아의 자작극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막심 콜레스니코프는 CNN에 "내가 비행기를 타고 벨고로드로 이송될 당시 50명의 포로가 있었는데 호송 요원은 20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사고를 예상하고 일부러 자국 탑승 인원을 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이번 사고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했으므로 국제적인 조사로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인들은 우리 포로들의 생명과 가족들과 우리 사회의 감정을 갖고 장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양자회담 후 기자 질의에 응하고 있다. ㅗ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격추된 비행기의 블랙박스가 발견됐다. 러시아 구조당국은 이날 수송기의 비행 데이터와 음성 기록이 저장된 블랙박스 2개를 찾아 조사관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블랙박스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스모킹 건이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비행 일정과 경로를 사전 통지했는지를 놓고도 양국의 입장이 엇갈린다. 만일 사고 원인이 우크라이나군의 끔찍한 실수로 확인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신뢰도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12일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84%(2022년 12월)에서 62%로 감소했다. 정부 신뢰도도 52%에서 26%로 떨어졌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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